시설물의 복구·개량·보수·보강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올해 말로 폐지된다. 성남 정자교 붕괴,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등 최근에도 안전 사고가 잇따라 이 업종을 폐지하는 것과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국토부가 폐지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2018년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건설산업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건설업종 간 분쟁과 칸막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2020년 해당 업종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 공포했다.
개정 시행령은 29개 전문건설업종을 14개 대업종으로 개편한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29개 업종 중 시설물유지관리업종만 폐지 대상이 됐다. 이들 업종은 올해 안으로 업종을 전환하든지 폐지해야 한다. 경기도에는 1천100여개의 시설물유지관리업체가 있다. 이 중 약 60%가 업종 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물유지관리업체들은 시설물 점검·정비·유지 관련 노하우와 경험,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노후 시설물이 산재해 있는데 해당 업종의 폐지로 안전마저 무너질까 걱정이다. 2000년 이후 대형 건축물과 첨단 건축물, 장대·특수교량과 터널 등이 계속 증가해 안전관리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설물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내 전체 교량 2천438개 중 20년 넘은 교량이 697개(28.6%)다. 노후 시설물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업종이 폐지되면, 건설업체들은 시설물을 스스로 유지 관리하는 ‘셀프 점검’을 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철저한 점검과 보수를 할지 우려된다.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시설물유지관리업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이 폐지돼 다른 전문건설업체가 시설물 유지·관리를 했을 경우 신뢰할 수 있는지 국토부는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안 없는 국토부의 업종 폐지는 문제가 있다. 해당 업계에선 “시설물 안전 관리를 1994년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정부 생각은 상식에 맞지 않고 수용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2020년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이 ‘시설물 안전에 대한 우려와 업종폐지 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국민권익위도 두 차례에 걸쳐 국토부에 시설물유지관리업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유예하라는 의견을 냈다. 국토부는 각계 의견을 종합해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존치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