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학생 "시각장애인 소외되지 않게"... 점자 디자인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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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예술대학교 광고브랜드디자인과 1학년에 재학중인 김나영씨. 오민주 기자

 

“첫 시작은 작은 궁금증이었어요. 왜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는 ‘점자’가 보이지 않을까.”

 

계원예술대 광고브랜드디자인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나영씨(20)는 당차면서도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점자 디자인’이라는 공공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는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 디자인 학과를 선택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지하철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시각장애인을 만나고 점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지하철 주변을 둘러봤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점자가 있어도 표준규격보다 작아 읽기 어렵거나 시각장애인들이 확인하기 힘든 위치에 있었다. 

 

그는 학생 신분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첫 시작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점자 디자인을 만들었다”며 “직접 점자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 사람들에게 점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다짐과는 다르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점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점자 번역기를 돌리고 점자알림표를 보고 배우며 ‘블로기’라는 점자 인쇄기로 직접 스티커를 제작했다. 처음엔 점자로 다섯 글자를 만드는 데에도 10분 넘게 걸려 꼬박 하루를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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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예술대학교에서 김나영씨가 직접 만든 점자디자인을 자판기에 부착하고 있다. 오민주 기자 

 

점자가 필요한 장소를 찾아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재학 중인 대학교에 있는 키오스크와 자판기, 화장실 표지판 등에 점자를 부착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화여대, 세종대, 동서울대 등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학교 주변 식당가도 직접 설득해 키오스크와 개별 비치된 양념, 메뉴판 등 점자가 필요한 다양한 곳에 점자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을 지속했다.

 

이와 함께 시각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알리기 위해 교내에서 캠페인도 진행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로 식품의 유통기한을 확인할 수 없고 음료에 ‘탄산’이라고만 적혀 있어 골라 마실 수 없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체험하도록 했다. 

 

그는 “혼자서 점자를 붙이고 다닌다고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는 단지 저의 첫걸음일 뿐”이라며 “모두가 편리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소수도 기술의 뒤편에서 소외 당하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의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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