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기초 공사는 마친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집’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7월1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5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년 도정 방향이다.
지난해 6월 동시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와의 0.14%포인트(8천121표) 격차로 승리하며 대역전 드라마를 쓴 김 지사는 7월1일 취임식도 수해 대응으로 생략한 채 도정에 착수, 현재까지 약 10조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1년은 ‘기반 닦기’였다는 김 지사에게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전략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Q. 취임 1년을 돌아봤을 때 내세울 만한 성과와 다음 1년에 주안점을 두는 핵심 현안을 제시하자면.
A. 취임 1년차 성과를 키워드로 설명하면 첫째는 ‘돈 버는 도지사’였다. 한 해 동안 외자 10조원을 유치했고, 임기 내 100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 계획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기후 도지사’였다. 퇴행하는 중앙정부의 기후위기 대응과는 반대로 ‘경기 RE100’을 선포했고, 앞으로도 계속 실천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사람 도지사’였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교통요금 동결 및 중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도 챙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다음 1년 핵심 현안의 경우 경제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 이를 위해 투자를 유치하고 미래 신성장산업 클러스터를 대폭 조성하겠다. 다음으로 청년, 소상공인, 장애인, 어르신, 베이비부머 등을 더 촘촘하게 지원해 상생과 포용의 경기도를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와 저출생, 디지털 전환 같은 도전 과제에 적극 대응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
Q. 재임 후 짧은 기간 많은 투자유치 성과를 냈는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A. 첫째는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며 쌓아온 경제적 전문성을 갖고 기업인을 대했던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기업인들 입장에서 소통이 잘되는 지자체로 여겼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관련이 있다. 특히 세계은행에 근무하면서 쌓은 관계들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상대 CEO를 직접 알지 못하더라도 서로 아는 사람을 통해 사전에 많은 정보를 접하고 협상에 임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셋째는 진정성이다. 항상 해외 출장에서 세리머니보다 상대 회사 CEO와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다. 상대방의 성향과 관심사를 사전에 파악하고 사적인 농담도 미리 준비하는 등 ‘아이스 브레이킹’ 과정에 공을 들였다. 그렇게 쌓은 상호 신뢰가 우정으로 발전하고 예상 이상의 추가 투자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Q. 경기도의회와 협치 강조했는데 평가는.
A. 78 대 78, 양당(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동수인 상황에서 균형과 협치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전국 최초로 ‘여야정협의체’를 만들고, 예산안과 조직 개편안을 합의해 처리했다. 대립과 반목이 극심해진 국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해외 출장 때 역시 야당 부의장과 동행해 힘을 모았다. 앞으로도 도의회와의 소통과 협치에 최선을 다하겠다.
Q. 예술인, 장애인 기회소득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는데. 의의를 평가하면.
A. 기회소득이란 만인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사람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사람을 도 재원으로 ‘한시’ 지원하는 정책이다. 예술인은 K-컬처의 미래를 만들고 있으며 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의 주거복지, 의료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점에서 기회소득의 범주에 들어간다. 현재 배달 노동자에 대한 기회소득도 논의되고 있으며 적합한 기준으로 정책을 시행하도록 노력하겠다.
Q.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화폐 사업은 도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정책 폐기론도 나오는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A. 지역화폐는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버팀목이다. 정부가 민생의 어려움과 우리 경제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화폐 사업에 대해서는 ‘재정 건전성’ 또는 ‘지방 사무’라는 이유를 대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축구로 예를 들면 공격으로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침대 축구’를 하는 것과 같다. 이에 도는 지난 5월 기획재정부 지방재정협의회에 국비 반영을 요청하는 등 지역화폐의 안정적 발행을 위한 국비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Q.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경기도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면.
A.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우리 정부의 대응을 먼저 짚어보면 크게 잘못되고 있다고 본다. 마치 일본 정부를 대신해 우리 국민을 설득하려는 것 같다. 지금 도내 수산시장들을 만나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수산물 수요가 급감할 것이고 이는 ‘제2의 코로나 사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적극 반대하고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 긴급 처분을 이끌어내야 한다. 도 역시 현안별로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Q. 핵심 공약인 경기국제공항 유치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임기 중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A. 경기국제공항 유치는 대한민국 미래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다.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다. 최근 도의회에서 조례안 심사가 보류되는 등 장애물도 있지만,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면 충분히 추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제대로 준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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