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신생아 살인의 단상

수원에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여성이 자신이 출산한 신생아를 살해해 수년 동안 냉동실에 보관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이 살해한 신생아가 1명이 아닌 2명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30대 여성은 결혼해 남편도 있고 이미 세 자녀의 엄마였다. 이웃들도 평범한 주부로 기억할 정도였다. 이 여성이 경찰에서 진술한 살해 이유는 생활이 어려워서였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병원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를 조사하면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출산 이후 행적이 없는 아이가 2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건이 이슈화되자 정부는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화성, 안성, 오산에서도 생사가 불분명한 아이가 확인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신생아 살인이나 유기 사건은 최근 자주 뉴스에 등장해 이제 무덤덤할 지경이다. 수원 신생아 살인 사건 정도는 돼야 이슈가 된다.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에 신생아를 전달하는 것은 그나마 인간적이다.

 

10대 여고생이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출산한 뒤 공중화장실이나 쓰레기 수거함에 유기하는 범죄는 비단 10대만의 범죄는 아니다. 20, 30대 여성들도 생활고 등 다양한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유기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의 모성애를 거스를 정도로 신생아를 버리는 이유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인 이유는 아이를 키울 능력과 환경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생아 유기·살인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나 범죄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사회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제도와 안정감을 주지 않는 이상 신생아 살인 사건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힘 없는 소중한 생명이 엄마로 인해 짧은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위기의 여성들이 용기 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신생아 유기·살인 사건은 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인구절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하나하나의 생명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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