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폭탄’ 막기... 인천 상가 '안간힘'

상인들 “손님 끌려면 ‘개문냉방’ 불가피”
투명 칸막이·병풍막 커튼 등 자구책 마련

2일 오전 10께 인천 부평구 문화의거리에 있는 한 카페가 포장 코너에 투명한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해 냉기를 막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지우현기자

 

“시원한 바람이 느껴져야 손님이 들어오니 어쩔 수 없이 문은 열어 두는데,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이라 궁여지책으로 2중 덧창을 댔습니다.”

 

2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 문화의거리에 있는 한 카페. 이곳은 올해 전기요금 인상 소식을 듣고 포장 손님들이 찾는 창구 쪽으로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했다. 손님들을 끌려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둬야 하다보니 이렇게라도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카페 주인 김미경씨(52·여)는 “창문을 올려놔야 손님들이 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아 찾아오기 때문에, 작년까진 그냥 남들처럼 창문을 위로 올려놓고 영업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올해는 전기요금이 올라 창문을 열고 영업하다간, 냉기가 다 빠져나가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걱정이 커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남동구 구월로데오광장의 한 옷가게는 출입문에 투명한 병풍막 커튼을 설치했다. 출입문을 활짝 열고 에어컨을 트는 ‘개문냉방’을 해야 손님들이 안으로 들어오다 보니 이렇게라도 전기요금 걱정을 덜기 위해서다. 상인 김소리씨(29·여)는 “에어컨을 틀어도 당당히 문을 열고 영업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5월 100만원에 이르던 전기요금이 병풍막 커튼 덕분에 올해 5월엔 75만원 밖에 안나왔다”며 “계속 전기요금이 올랐지만, 이젠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일 오전 11께 인천 남동구 구월로데오광장의 한 의류매장이 출입문이 열어놨지만, 투명 병풍막 커튼으로 냉기는 막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지우현기자

 

인천지역 상인들이 여름철을 맞아 손님과 전기요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전력 수급 조절 등을 위해 에너지사용 제한 조치가 내려지면 상가들이 에어컨을 튼 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개문냉방’에 대한 단속을 벌여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게다가 최근 전기요금까지 오르면서 ‘개문냉방’과 ‘손님’ 사이 고민하던 상인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이 잇따르자 상인들은 호객 행위를 위해 개문냉방을 하면서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지 않으려 이 같은 칸막이나 병풍막 커튼 등을 쓰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1㎾h당 8원의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개문냉방은 에너지 낭비이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요금이 오른 상태에선 전기요금 폭탄을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며 “칸막이 등을 통한 호객과 요금 절감 등 두마리 토끼를 잡는 아이디어가 놀랍다”고 했다.

 

지주현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예전의 개문냉방은 전기 낭비로 지탄받을 일이지만, 지금 경기 침체에서 개문냉방은 상인들에게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객도 하면서 전기요금을 줄이려 이 같은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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