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곳곳 문 잠겨 있고 물건·쓰레기 수북 자연재해 등 긴급 상황시 도민 안전 ‘속수무책’ 道 “상시 개방땐 물품 분실 등 우려, 점검 후 개선”
“여기가 대피소라고요? 창고와 다름이 없습니다.”
4일 오전 10시께 1천900여세대가 살고 있는 수원특례시 장안구 정자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아파트 입구에는 비상사태 발생 시 주민들이 몸을 피할 대피소가 있다는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계단을 따라 지하 1층 대피소로 내려가자 3평 남짓한 공간에 온갖 쓰레기가 가득했다. 커다란 장롱부터 옷걸이, 자전거, 청소도구 등으로 대피소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게다가 내부는 아파트 주민 전부는커녕 30여명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이 아파트 주민 문철호씨(가명·88)는 “여기 산 지 20년이 넘었지만, 대피소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지하 1층에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가득해 창고로 쓰는 공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파주시 임진각로의 민방위 대피소는 아예 들어갈 수 조차 없었다. 파주는 접경지역으로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가 더 중요한 곳인데도 대피소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각종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생활안전 등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경기도내 민방위 대피소가 제구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재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도내 민방위 대피소 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민방위 업무 지침상 대피소는 지방자치단체·공공·민간 등 관리 주체 소속을 불문하고 24시간 개방돼야 한다. 하지만 도내 일부 민방위 대피소는 적치물이 쌓여있거나 문이 잠겨 있는 등 무용지물이라 비상 시를 대비하기 위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피소는 비상 상황을 위해 마련된 곳인 만큼 상시 개방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주기적으로 하는 대피소 점검이 형식상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각종 비상식량이나 물품 등의 구비 사항 등 운영 실태 파악에 대해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대피소를 24시간 개방하게 되면 안에 있는 비상 물품이 분실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관리책임자 전화번호를 공유해 유사시에 문을 열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특별 점검을 통해 부실 운영되는 대피소를 찾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도내 대피시설은 총 3천834곳으로, 김포·파주·연천 등 7곳의 접경지역에 설치하는 정부 지원시설과 그 외 지역의 지하철역이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을 대피소로 지정하는 공공용 시설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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