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 배치된 웨어러블 등 이용 않고 장기간 방치 ‘눈총’ 수백억 예산 낭비 목소리 커
국방부가 예산 수백억원을 들여 ‘스마트 예비군 훈련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나섰으나 일각에선 혈세 낭비라는 의심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체계의 일환으로 각 예비군 훈련장에 보급된 과학화 장비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사실상 ‘장식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탓이다.
5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13년부터 예산 380여억원을 투입해 ‘ICT 기반 스마트 예비군 훈련 관리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완료 예정 시기는 2027년이다.
이 사업은 전국 시·군 단위 대대급 예비군 훈련장 202곳을 광역 단위 여단급 예비군 훈련장 40곳으로 권역화해 시설 및 장비를 현대화·과학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군은 각 훈련소에 스마트워치 형태의 웨어러블(착용하는 전자기기)과 AP장비, 키오스크, 폐쇄회로(CC)TV, 태블릿 PC 등을 구입해 배치하고 있다.
이들 장비는 ▲훈련 일정 ▲교육내용 ▲훈련 방법 ▲훈련 결과 ▲조기퇴소 여부 등을 예비군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훈련준비 및 입소 등록 시간을 단축하고, 예비군들의 자발적 훈련참여 여건을 조성해 훈련 집중도·합격률·만족도를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까지 각 훈련장에 설치된 장비가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장기간 방치되면서 혈세 낭비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짙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초 화성시 비봉면 소재 수원화성오산과학화예비군훈련장 입소 등록 창구에는 웨어러블 수십개가 쌓여 있었으나 지급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훈련소 곳곳에는 웨어러블을 갖다 대면 훈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키오스크도 10여개가 설치돼 있었는데, 일부는 고장 난 채로 방치돼 있어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5년차 예비군 박모씨(27·수원)는 “입소하면서 스마트워치 같은 걸 보긴 봤는데, 한 번도 사용해보진 못했다”며 “저렇게 방치해둘 거면 왜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예산이 아깝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 남양주시 이패면 금곡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도 예비군에게 장비를 지급하거나 사용하는 모습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예비군들은 하나 같이 신분증을 제출해 본인 확인 절차를 밟은 뒤 식권과 번호표를 배부 받는 등 과거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6년차 예비군 천모씨(28)는 “주로 금곡에서 훈련을 받는데 과학화 장비를 지급받은 적도, 사용해본 적도 없다”며 “예산 수백억을 들였다니 그저 아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수원은 안테나 등 추가적인 환경 구축이 필요한 곳”이라며 “올해 하반기 정도에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금곡은 사업을 완료한 상태인데, 최신 장비로 교체하기 위해 운영을 중단한 상태”라며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 같다.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준 금곡, 청안, 옥천, 충주 등 4곳은 사업이 완료된 상태다. 올해 안으로 수원, 안산, 서초, 성남, 이천, 용인, 노고산 등 19곳도 구축이 완료된다. 나머지 일산, 인천, 의정부 등 17곳은 훈련소 건설 일정 등을 고려해 사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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