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천만원 뜯어낸 건설노조 간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전국통합연대건설노동조합 건설현장분과 간부 A씨다. A씨는 광주지역 등 건설업체 24곳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했다. 건설 현장 앞에서 여러 차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안전 미비 사항을 거론하며 업체 관계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이다. 내려진 1심 선고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다. 성남지원 형사단독 판결이다.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전형적인 협박, 갈취다. 대표적인 부당 노동 행위로 적발된 사례다. 경기도 일대 사회적 공분도 적잖이 컸다. 그 1심 결과가 집행유예다. 사건을 획일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형량의 경중을 섣불리 재단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판결 결과에 모아지는 여론 또한 현실이다. 판결을 귀속해도 안 되지만 무시해도 안 될 대중의 목소리다. 11일 판결 이후 많은 목소리가 나온다. 혐의에 비해 너무 가벼운 형량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많다.
같은 11일, 유사한 재판이 또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결이다. 한국연합건설노조 위원장과 해당 노조 경인서부 본부장 사건이다. 혐의는 성남지원 사건과 비슷하다. 건설 현장에서의 협박, 채용 강요, 금품 갈취다. 모두 19개 업체를 협박했다고 기소돼 있다. 이런 협박을 통해 917명을 고용하게 했다고 한다. 내려진 선고 형량은 두 명 모두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이다. 역시 집행유예다. 이 판결에 대한 의견도 많이 붙는다. 비판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과의 확연한 온도차다. 두 사건 모두 유무죄에 대한 이견은 없다. 다른 것은 비난 가능성, 처벌의 정도다. 물론 집행유예가 가능해 보일 상황은 있다. 성남지원 사건의 경우 ‘합의를 위한 노력’이 엿 보인다. 피해 업체 24곳 중 19곳과 합의했고, 나머지 피해 사실은 공탁했다. 서울중앙지법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가 확인된다. 집행유예로 낮춰주는 사유가 된 듯하다. 바로 이 부분에 본질이 있다.
검찰은 강력 반발한다.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비난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현장 정화에 손을 댄 이유이기도 하다. 반(反)사회적 범죄, 공정질서 훼손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런 기조와 분위기가 다른 법원 판결이다. ‘합의’ 또는 ‘합의를 위한 노력’만으로도 형량을 감경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죄로만 보는 듯하다. ‘반사회성’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은 듯하다. 같은 날 두 판결이 이랬다. 분명한 차이로 보인다.
앞으로도 판결은 이 추세를 보일 수 있다. 노동 현장 범죄가 계속 풀려 날 수 있다. 그걸 보는 피해 기업들은 위축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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