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지속되는 고물가로 장사를 그만두는 점포가 많아지는 가운데 이들이 두고 간 주인 없는 간판이 늘어나고 있다.
27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야탑동 일대. 건물 외벽에 도색 등이 벗겨져 어떤 상가의 간판인지 알 수 없는 간판들이 사이사이 채워져 있었다. 간판들은 시간이 오래 지나 글자가 사라지고 곳곳이 뜯어져 있었다.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니 한 점포는 물건을 모두 빼고 임대를 내놓은 상태였지만 간판은 그대로 걸려 있었다.
전날 오후 4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상가 밀집 거리에도 이 같은 간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1년 넘게 비워진 한 점포의 경우, 1∼2m 크기의 간판 3개를 그대로 걸고 있었다.
상가 관계자 A씨는 “임차인에게 간판을 제거하라고 연락을 했었지만 이제는 전화도 받지 않고 있어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에 장안구에 거주하는 조형수씨(60대·가명)는 “벌써 한참 전부터 (간판이) 이렇게 있었다”며 “바람이 심하게 불 땐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폐업자는 86만6천603명이다. 이 중 경기도에서만 24만4천430명이 집계됐다. 전체의 28%에 달한다. 이처럼 다수의 폐업자가 발생하며 비워진 상가에 낡은 간판이 그대로 남아 도심지의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상가 간판은 임차인이 철거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폐업을 하며 철거 비용이 부담돼 두고 가는 경우도 많다. 비워진 상가에 빠르게 입점이 된다면 새로 들어온 상가 임차인이 간판을 활용하면 되지만, 폐업이 늘고 입점이 줄어들며 간판들이 낡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버려진 간판은 건물 임대인(건물주)의 소유가 된다. 때문에 철거를 하려면 건물주가 비용을 내야 하는데, 철거 비용이 30만~50만여원 선으로 적지 않은 가격이며 크기·층수 등에 따라 크레인·인건비 등이 붙어 비용에 변동이 생긴다. 이 같은 이유로 간판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또 간판은 공공재가 아닌 사유물로, 강제 철거가 어렵고 방치하고 있어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 간판은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3년마다 지자체에 안전검사를 요청해야 하지만 ‘주인 없는 간판’의 경우 요청도 쉽지 않다.
일부 시·군은 옥외광고협회와 연계해 노후간판 무상철거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철거 요청 등 신고가 접수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건물주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 지자체의 현장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
더욱이 옥외광고물은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벽에 연결된 앵커볼트가 부식될 경우 자칫 추락사고로 이어지는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런 사정으로 행정안전부도 최근 최근 지역별 풍량을 고려한 옥외광고물 설치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자체에 배포하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폐업·노후 간판 등을 인지하면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각 시군에서 건물주에게 철거나 수리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도에서도 태풍이나 폭우 등 풍수해를 대비해서도 정비 안내와 모니터링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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