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갈 돈 어디로…명문 사학 ‘수상한 회계’

수익사업체 ㈜유신에서 유신학원 설립자 가족에 매달 1천만원대 급여 
공사금 수천만원도 개인통장 입금...유신 “악의적 제보… 배임·횡령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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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유신학원 설립자는 '믿음, 소망, 사랑의 기독교정신을 근본이념으로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고 봉사하는 유능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정신을 기념비에 담았다. 독자 제공

 

반백년 역사를 지닌 경기도 내 명문 사학재단에서 수 년 전 수상한 회계 처리가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당국이 4년 넘게 임시이사까지 파견하며 학교 정상화를 목표로 관리해왔던 ‘학교법인 유신학원’ 이야기다.

 

3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72년 설립된 유신학원은 수원 유신고교와 창현고교, 배학유치원 등을 운영하는 사학재단이다. 

 

2016년 교사 채용 과정에서 물의를 빚어 경기도교육청이 감사를 벌였고 ‘사학 비리 근절’을 위해 2017년 5월부터 임시이사를 파견한 바 있다.

 

이런 유신학원은 학교 운영의 유지·경영을 위한 수익사업체로 ㈜유신을 두고 있다.

 

㈜유신은 천연기념물(제256호)로 유명한 충북 단양의 고수동굴, 강원 영월의 한반도 지형(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5호)을 운영하는 회사다. ㈜유신은 정관에서 ‘학교법인 유신학원의 수익사업체’로서 ‘이익 처분은 유신학원이 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관에 맞지 않게 수 년 전 ㈜유신 내부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존재했다는 주장이 뒤늦게 나왔다. 유신학원에 들어갔어야 할 돈이 다른 곳으로 새나갔다는 게 주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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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유신학원이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2017년 10월께, S회계감사반이 ㈜유신의 재무구조 및 운영실태 전반을 살펴보고 '진단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 내용 일부 발췌. 그래픽=엄민서 디자이너

 

이는 ‘학교법인 유신학원 진단결과보고서’에서 볼 수 있다.

 

경기일보가 입수한 보고서는 유신학원이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시절인 2017년 10월께 작성·보고됐다. S회계감사반이 ㈜유신의 2013년도 이후 5년간의 운영실태를 살펴본 것으로, ㈜유신의 재무구조 및 운영실태 조사 결과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보고서에는 ‘등기임원 급여 지급에 대한 관리 소홀’, ‘법인등기부등본 관리 소홀’ 등의 개선 및 권고사항이 적혀 있다. 

 

특히 ㈜유신이 등기임원 재직기간 중 대표이사를 제외한 등기임원 및 감사에게는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없으나, 특정 이사(A씨·작고)에게만 2014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매달 1천25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고, 그 A씨가 2015년 8월 등기임원에서 퇴임했음에도 이후 8개월간 계속 급여가 지급됐다고 쓰였다.

 

S회계감사반이 A씨에게 지급된 급여를 추산한 결과, 금액은 총 3억3천750만원(퇴임 후 1억원 포함)에 달했다. 여기서 A씨는 유신학원 설립자의 가족으로, ㈜유신의 등기이사이자 명예회장으로 자리했던 인물이다.

 

복수의 제보자들은 “A씨는 80대 후반의 고령자로 건강 상태가 특히 좋지 않아 거동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근로는커녕 출근조차 힘들었던 상태여서 실질적으로 병원만 다녔던 상황”이라며 “일을 하지 않은 임원에게 급여가 지급된 건 유신학원으로 들어갔어야 하는 돈이 부정하게 쓰인 것 아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러한 행태는 유신학원 설립자의 이념에도 어긋나고 ㈜유신 차원에서도 회사의 손실을 발생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적절한 회계 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S회계감사반이 과거 ㈜유신의 의뢰를 받고 보수공사 내역 등을 검토했던 H회계법인으로부터 징구한 검토보고서(2016년) 등을 분석한 결과, ▲2014년 ㈜유신이 진행한 고수동굴 보수공사 내역 안에서 8천200여만원(5건)의 내역이 가공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 ▲2015년 ㈜유신의 법인거래처에 고수동굴 방문객센터 설계용역대금을 지급하면서 개인 통장으로 4천250만원을 지급한 점 등이 지적됐다.

 

이에 대해 ㈜유신 관계자는 “우리는 유신학원의 수익사업체가 맞고 정관상 이익금을 유신학원에 우선시 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리고 전부 문제 없이 수행해왔다”면서 “일각에서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제보를 하고 있는데 그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유신 측은 ‘내부 전출금 현황’ 자료를 통해 197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38억원 규모(자료가 미확인된 1987~1994년 제외)의 전출금을 유신학원에 보냈다고 해명했다. 구체적으로 2017~2019년엔 5억원씩, 2020~2021년엔 1억원씩, 지난해엔 3억원을 보냈다는 것이다.

 

또 ‘A씨 급여’ 관련해선 정관 제4장 제21조(이사나 감사의 임기는 임기 중의 최종결산기에 관한 주주총회 전에 종료한 경우 정기주주총회 종료시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를 근거로, “A씨는 2016년 5월31일 정기총회가 끝난 이후 퇴임해 (급여 지급 당시) 재직 기간이 맞았으며, ‘명예회장’인 데 따른 급여를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타 회계 관련 의혹도 마찬가지로 임시이사진에 보고·해명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유신 관계자는 “우리 전출금은 경기도내 사립재단 내에서도 상위 3위 안에 드는 규모다. 이게 ‘우선시’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가 ‘우선시’했다는 것인가”라며 “S회계감사반이 지적한 내용은 과거 임시이사진들도 수차례 지적해 모두 소명이 됐던 일이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배임 및 횡령 등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미 과거에 문제가 되지 않았겠나. 왜곡된 사실 등으로 망자(A씨)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학교법인 유신학원 관계자 또한 “회계 관련 부적절한 사용은 없었으며 문제 될 사안 또한 없었다. ㈜유신으로부터 매년 전출금을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의 배임·횡령 역시 들어본 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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