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모은 5천만원 ‘익명 기부’…“어려운 이웃 위해 써 달라”

광교2동행정복지센터 민원대 위에 몰래 종이봉투…A4 용지로 손 편지 남겨

A씨가 기부한 5천만원. 수원특례시 제공

 

익명의 수원특례시민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적금으로 어렵게 모은 수천만원을 기부, 각박하고 차가운 현실에 따뜻한 온기를 더했다.

 

8일 수원특례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9시30분쯤 한 중년 여성 A씨가 광교2동행정복지센터 복지행정팀 민원대 위에 종이봉투를 올려두고, 말없이 사라졌다.

 

당시 종이봉투 안에는 5만원권 1천장(5천만원)과 A4용지 1장이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단순 분실물로 여겨졌지만, 이내 A4용지에 담긴 손 편지에서 돈의 정체가 고스란히 밝혀졌다.

 

A4용지에는 “생활비를 아껴 여러 해 동안 적금으로 5천만원을 만들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여러 가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에 광교2동 직원들은 곧바로 기부자를 찾아 나섰으나 당시 A씨가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데다 차량도 가져오지 않아 신원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정숙미 광교2동 행정민원팀장은 “간식을 두고 가는 주민이 종종 있어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며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으나 결국 기부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의 손 편지. 수원특례시 제공

 

이 사실을 보고받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도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원시에 천사가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A씨를 향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시장은 글에서 “편지 속 글자마다 다른 세상의 온기가 담긴 듯 하다”며 “지폐보다 5천만배는 족히 더 커 보이는 귀한 정성 앞에 조용히 고개 숙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원시민의 품격을 보여주신 우리 이웃, 아니 살아계신 천사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본 네티즌들 역시 “가슴이 뭉클하다”, “멋진 분이 우리 이웃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따뜻한 마음이 널리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로 공감을 표했다.

 

시는 기부금을 시사회복지협의회에 전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시민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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