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현수막 조례 문제없다’... 상식 바탕한 결정이다

대법원이 인천시 손을 들어줬다. 행정안전부가 제기한 ‘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 집행 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신청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정치현수막 사태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인 셈이다.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일단 정치현수막 난립에 따른 시민 피해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법리를 넘어 일반적 상식을 수용한 결정으로도 읽힌다. 그래서인지 최근 인천지역에서는 정치현수막이 많이 자취를 감췄다. 부평구청사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방을 정치현수막이 에워쌌다. 그러나 18일 출근길엔 지역 국회의원 현수막 하나만 남아 있었다.

 

인천시는 지난 6월 전국 최초로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했다. 정치현수막 난립에 따른 시민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 조례는 정치현수막을 지정한 게시대에만 걸도록 했다. 현수막 개수도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했다. 정책 홍보가 아닌 혐오나 비방 내용은 담지 못하도록 했다. 이 조례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바로 대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조례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된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적 지방자치 행정을 조율하는 행안부로서는 직무범위 내 대응일 수도 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옥외광고물법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매우 특권적이다.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 현안에 대한 현수막은 별도의 신고나 허가 없이 내걸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언제, 어디에든, 얼마든지’ 현수막법으로 통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나. 시민들 눈길 갈 만한 곳이면 그들 현수막이 도배질을 했다. 먹고살기에 바쁜 시민들을 상대로 시도 때도 없이 정치구호를 강요하는 격이었다. 손님이 없어 한숨짓는 소상공인들의 장사까지 방해했다.

 

인천시는 지난 7월12일부터 본격 조례 집행에 들어갔다. 연수구를 시작으로 조례 허용 범위를 넘어선 정치현수막들을 강제 철거했다. 지금까지 철거한 현수막이 1천377개에 이른다. 시민 세금으로 내건 현수막들을 다시 세금을 들여 끌어내리는 희극이라니. 정부가 대법원에 소송을 내자 인천시의회는 위헌심판제청도 신청했다. 정치현수막을 무한 허용하는 옥외광고물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한 것이다.

 

인천시는 조례 위반 정치현수막에 대한 철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울산시의회도 최근 인천과 비슷한 내용의 관련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치권의 홍보를 막는다는 불만도 나온다고 한다. 어불성설이다. 내년 총선 때면 다시 현수막 홍수사태를 볼 것이다. 현수막을 맘껏 못 내걸어 정치가 이 모양이라면, 누구라도 웃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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