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고 싶은 청춘 모였다…인천 서구청년 코스프레 마라톤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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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시천문화광장에서 열린 '하트가 두근두근, 쫓고 쫓기는 남녀노소 코스프레 마라톤' 행사에서 다채로운 코스프레 복장의 참가 선수들이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3회 서구 청년주간을 기념해 열린 이날 마라톤 참가자들은 바람소리 언덕 주차장을 반환점으로 왕복 5km를 달렸다. 장용준기자

 

“즐기러 왔으니 즐기다 가겠습니다.”

 

23일 오전 11시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시천문화광장. 해바라기 3송이가 전기톱 살인마와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 옆으로 70세 백발의 해리포터와 슈퍼마리오도 보인다.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마라톤 시작 전 서구 청년센터 담당자의 구호에 맞춰 준비운동을 한다. 길리슈트를 입은 스나이퍼는 한쪽에 총을 내려놓고 몸을 풀지만, 바람이 가득차 빵빵한 붉은색의 어몽 어스는 몸을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게임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블리츠’ 코스프레를 한 김영웅(25·연수구)씨는 “행사장 안에서만 코스프레를 했었는데, 이렇게 공원에서 마라톤으로 하는 행사는 처음이라 신선하다”고 말한다. 이어 “내가 게임 속에서 많이 쓰는 캐릭터”라며 “게임 주인공을 흉내내고 싶어 장비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POLIZEI’라고 적힌 직접 만든 경찰 방패를 등 뒤에 메고 방탄복과 각종 보호구를 찬다. 얼굴 쪽 유리가 위로 올라가는 헬멧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준비운동을 마친 참가자들이 출발선으로 이동한다. 주술회전의 ‘옷코츠 유타’ 뒤로 게임 우마무스메의 ‘맨하탄 카페’가 걸어간다. 그 옆으로 웹툰 귀곡의문의 퇴마사와 나토 소속 군인들이 마크18을 들고 호위하듯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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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시천문화광장에서 열린 '하트가 두근두근, 쫓고 쫓기는 남녀노소 코스프레 마라톤' 행사에서 영화와 게임 주인공들의 코스프레를 한 참가 선수들이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 서구문화원과 하나은행이 공동으로 준비한 ‘서구청년 코스프레 마라톤’이 23일 경인아라뱃길 시천문화광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제3회 인천 서구 청년주간’ 프로그램의 마지막 프로젝트다. 구는 지난 16일부터 ‘재즈롭게 와인파티’, ‘노을진 캠핑장 테마부스’ 등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청년주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청년주간에 마련한 모든 프로그램은 지역 청년들로 구성한 TF에서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결과물이다. ‘서구청년 코스프레 마라톤’ 역시 청년주간TF 팀원인 김보경(25)씨가 아이디어를 제안한 행사다.

 

주목을 받고 싶지만, 막상 주목을 받으면 부끄러워 하는 청년들. 다수라기 보다 소수의 청년들이 빠진 서브컬처 코스프레를 마라톤에 접목시켜 자유롭게 자신이 꿈꾸는 모습으로 뛰어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아라뱃길 5㎞ 구간을 뛰거나 걷는다. 다만, 먼저 들어오는 참가자가 1등이 아니라 번호표에 누가 가장 많은 스티커를 얻었느냐로 우승자를 가린다. 독특함과 개성이 우승 조건이다.

 

인천 서구문화원과 하나은행이 공동으로 준비한 ‘서구청년 코스프레 마라톤’이 23일 경인아라뱃길 시천문화광장에서 참가자들이 달리고 있다. 이병기기자

 

만화 주술회전의 옷코츠 유타 코스프레로 참가한 박기홍(19·송파구)군은 이번 마라톤을 위해 해외직구로 옷을 샀다. 박군은 “커뮤니티에서 지인이 알려줘 행사에 참여했다”며 “서울에서 오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고 했다. 이어 “코스프레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즐기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나토 군인 복장으로 참여한 이강희(14)군은 평택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중학교 3학년생이지만 군복을 입으니 젊은 군인아저씨가 됐다. 이군은 “TV에서 보스니아 내전을 봤는데, 그때 군복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며 “예전 복장이 없어 최근 나토 복장으로 인터넷에서 구입했다”고 했다. 이어 “코스프레를 하면 내가 실제로 코스프레 대상이 된 것 같고, 거울로 내 모습을 봐도 멋지다”며 “그런 면에 빠져 계속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군의 꿈은 해군 부사관이다.

 

치렁치렁 한복을 늘어뜨린 이규리(30·연희동)씨는 귀신 잡는 퇴마사다. 이씨는 “만화 ‘귀곡의 문’에 나오는 퇴마사 복장”이라며 “옷은 직접 만들었고, 가발은 동대문에서 샀다”고 했다. 그는 “한복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도 전통한복이나 생활한복을 입고 자주 돌아다닌다”며 “검암역에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를 본다면 바로 나”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2년 전 중국이 한복을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것을 보면서 한복의 소중함을 더욱 느꼈다”며 “그때부터 매일 한복을 입고, 근무할때도 입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사서 일을 했다.

 

이씨는 “학교 다닐때 ‘전따’를 당했다”며 “너무 못생겼다고 ‘얼굴 장애인’이라는 별명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프레를 하면서 꾸미게 됐고, 나를 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예쁘다’, ‘잘했다’ 칭찬해 주지 대놓고 이상하다고 얘기하진 않는다”며 “자존감이 올라가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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