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형 제목이었다. 그래서 눈에 쏙 들어왔다. 책을 펼치니 모든 시구가 의미 있는 중얼거림이었다. 황지우 시인의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가 그랬다.
뚝 잘라 중간 부분부터 인용하면 이렇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 떼들이/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새들의 의인화다.
최근 수원에서 개구리들이 죽어 간다는 지적(본보 25일자 6면)이 나왔다. 광교산 통신대 등산로 입구에서다. 이곳에선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군사도로가 파손됐고, 복구공사 중이다. 도로 한쪽에는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콘크리트 배수로가 설치됐다. 1㎞ 남짓한 도로에 설치 중인 수로 안에 개구리들이 갇혀 있다.
녀석들은 높이 40㎝의 직각 인공 구조물을 올라가기가 힘들다. 최근 내린 비로 물이 가득 찬 집수정에서도 개구리들이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갈 곳을 잃은 채 헤매고 있다. 광교산 통신대 길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해 개구리들의 서식지가 위기에 빠졌다. 광교산 통신대 등산로 입구에선 10년 넘게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개구리의 최초 산란일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봄마다 녀석들이 알을 낳고 서식하는 보금자리다.
환경단체가 구조에 나섰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구리가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줬다. 하지만 환경 변화에 민감한 개구리는 서식처가 훼손되면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 녀석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생태환경을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황지우 시인의 작품처럼 주어를 개구리를 바꿔 보면 이런 탄식이 흘러 나오겠다. “개구리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환경이 훼손되면 사라지는 게 어디 개구리뿐이겠는가. 고들빼기를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씁쓸하다. 곧 추석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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