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돼지풀의 친정은 캐나다다. 6·25전쟁 때 이 땅을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건 1964년이다. 키는 3m를 넘길 정도로 훤칠하다. 사촌뻘인 돼지풀은 아무리 커야 1m를 넘지 않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번식력도 강하다. 한꺼번에 종자를 5천개씩 생산할 정도다. 개체군 밀도도 높다. 아미노산 등 농작물을 먹여 살려야 하는 토양의 각종 영양소를 독식한다.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더 나아가 밭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이로운 게 단 하나도 없는 생태계 교란종 식물이다.
이런 단풍잎돼지풀만 먹고 사는 곤충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단풍잎돼지풀과 고향도 같다. 단풍잎돼지풀보다 40여년 늦게 이 땅에 들어왔다. 어떤 경로로 한반도를 밟았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래서 이름도 돼지풀잎벌레다. 기후변화에 따라 개체수가 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딱정벌레목 잎벌렛과에 속한다. 황갈색을 띠며 흑갈색 세로 줄무늬가 있다.
이런 가운데 돼지풀잎벌레로 단풍잎돼지풀을 제거할 수 있다는 논문이 학계에 보고됐다. 한국습지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환경부 국립생태원과 공주대 생명과학과 연구진은 단풍잎돼지풀을 생물학적으로 방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돼지풀잎벌레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2016~2020년 공주대와 금강 주변에서 돼지풀잎벌레 섭식활동을 관찰한 결과다. 107과 식물 가운데 단풍잎돼지풀 등을 주로 먹었다. 산란도 단풍잎돼지풀에서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돼지풀잎벌레를 생물학적 방제수단으로 즉각 활용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아직 몰라서다.
외래종 곤충이 외래종 식물을 잡는 생태계 이이제이(以夷制夷)가 가능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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