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숙원 ‘납품대금연동제’ 시행 첫날…“기대되면서도 불안”

제값 받고 납품 여건 마련 환영
제도 안착 위해 풀어야 할 숙제
‘쪼개기 계약’ 성행 가능성 걱정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 합동 납품대금 연동제 현장안착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산에 위치한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국내 한 대기업에 철, 레진 등 부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큰 손해를 입었다. 계약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가 심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20% 넘게 상승했지만, 해당 대기업이 기존 계약 단가를 고수하며 어쩔 수 없이 이 가격으로 부품을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업체 대표 김모씨(56)는 “외부 환경으로 인해 단가가 올랐지만, 앞으로의 계약 관계 등을 생각해서 당시엔 기존 단가대로 부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으니, 앞으로는 이러한 피해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알게 모르게 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중소기업계의 숙원 사업이던 ‘납품단가 연동제’가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제도 시행 첫날 도내 중소기업계에선 기대감과 우려 섞인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기대감과, 제도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우려가 상존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내용이 담긴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됐다. 원자재 가격에 대한 상승분을 납품 대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연동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된 내용이다. 도입 대상은 납품 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인 주 원재료다.

 

그간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에 대한 변동분을 대금에 제대로 반영 받지 못하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 같은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커졌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제도 시행을 반기면서도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위탁기업이 납품대금 1억원 이하의 소액 계약이거나 계약기간이 90일 이내 단기 계약일 경우엔 연동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 같은 조항을 들어 소액 위주의 ‘쪼개기 계약’ 등이 성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납품 단가를 깎아야 한다는 걱정도 있다.

 

중기부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 납품대금 연동제 익명제보센터를 설치하고 실태조사 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또 연동제와 관련해 오프라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엔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등 각 지방 중기청에서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법제화를 넘어 1차적 현장 안착 목표가 달성된 만큼 이제는 연동제가 사각지대 없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함께 변화를 이어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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