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까지 외로웠던 ‘무연고자’…경기도의료원은 ‘외면’

道 수백억 출연금 지원받고도 일부 무연고자 장례절차 거절
존엄 보장 안돼 적절성 논란...의료원 “규정·매뉴얼 구축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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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1. 중증 신경퇴행성 희귀질환이자 장애의 일종인 루게릭병을 앓던 40대 남성 A씨. 생전 하루가 멀다하고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달 말께 수원지역 요양병원에서 이른 죽음을 맞이했다. 세상을 떠난 순간까지 가족도, 친구도 없던 ‘무연고자’였다. 이에 평소 A씨를 지원해 오던 수원지역 B복지기관은 곧바로 그의 장례식을 진행키로 했다. 그런데 느닷없는 난관에 봉착했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 무연고자 장례식 진행 불가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B복지기관은 인근의 한 대형병원에서 무연고자 장례식을 치러야만 했다. A씨 입장에선 숨통을 조이는 고독 속에서 눈을 감은 후에도 또다시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 셈이다.

 

#2. C지자체도 지난달 말께 병사한 또 다른 무연고자 60대 남성 D씨 장례식을 마찬가지로 도의료원 수원병원에 의뢰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관할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이후 도의료원 수원병원은 뒤늦게 관할이 아니어도 무연고자 장례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 다시 C지자체에 연락했다. 하지만 C지자체는 이미 민간 장례식장을 통해 D씨 장례식을 진행키로 한 상태였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경기일보DB

최근 경기도의료원이 일부 무연고자들의 장례식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나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하겠다는 사회적 책임을 뒤로하면서 생전 고독에 허덕이던 무연고자의 죽음마저 외롭게 만들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11일 경기도와 경기도의료원 등에 따르면 도의료원은 최상의 공공의료를 실현해 도민의 건강한 삶에 공헌한다는 목표로 운영 중이다. 이를 위해 매년 도로부터 수백억의 출연금을 지원받고 있다. 최근 3년간 도가 도의료원에 지원한 예산은 2020년 567억원, 2021년 258억원, 지난해 164억원 등이다. 올해의 경우엔 현재까지 149억원을 지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도의료원 수원병원은 무연고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을 보장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황세주 경기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도립 의료원으로서 무연고자를 지원하지 못했다는 게 의아하다”며 “프로토콜을 정립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도의료원 수원병원 측은 수원 사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C 지자체 사례에 대해선 실수를 인정했다. 아울러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무연고자 장례식과 관련된 규정이나 매뉴얼도 없는 상태여서 조속히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도의료원 관계자는 “장례식 관련 규정이나 매뉴얼을 구축하는 등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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