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번 편도 운항… 대도심 작은섬 ‘고행 뱃길’ [경기 바다 ‘외로운 섬’ 풍도를 가다①]

주민들 육지 나들이 이틀 잡아야... 관광객 차량도 승선하기 힘들어
섬에 내리면 적막한 풍경이 반겨... 번잡한 경기·인천 사이 ‘교통오지’

 

경기도지만 경기도가 아니었던 곳이 있다. 경기 서해안 최남단에 위치한 1.84㎢ 규모의 작고 고요한 섬 ‘풍도’는 야생화가 꽃피는 봄과 단풍이 물들이는 가을까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청일전쟁의 시작점에서 일본에게는 전승지처럼 여겨지고, 일제강점기 이후 해방하면서 비로소 제 이름을 찾은 풍도. 1994년부터 안산시의 섬이었지만 정작 20년 가까이 안산시에선 항로가 없어 갈 수조차 없던 난민과도 같은 섬. 2023년 현재, 경기도라는 대도심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풍도의 어제와 오늘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경기일보 DB.

 

 

“오늘 들어가면 내일 나와야 돼요. 배가 하루에 한 번 밖에 안 떠요.”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 매표소. 이곳 안내원은 “풍도에 가는 배는 하루 한 척, 1회만 운항하고 승선 가능 차량은 일반 승용차 기준 최대 8대"라며 "차량 선적을 원하면 입도 대기 줄에 차를 대놓으시라”고 설명했다.

 

벽면에 붙은 운항시간표를 보니 ‘인천 출발 9시30분→대부 출발 10시30분→육도 출발 12시→풍도 출발 12시30분→대부 도착 14시→인천 도착 15시’라고 쓰여 있다. 오늘은 지금 이 순간만 배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단풍나무의 섬 ‘풍도’다. 경기도 내 40여개 섬 중 5개뿐인 유인도,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배가 하루에 한 번만 운항해 교통의 제약이 큰 곳. 예전에는 서해바다의 비밀을 품고 있는 곳이라 불렸던 섬. 그래서 경기일보는 풍도를 통해 경기도 섬을 살펴보고자 배에 몸을 실었다.

 

안산시 풍도동 풍도행 여객선 '서해누리호' 내부 모습. 주민 차량 6대가 배를 꽉 채우고 있다. 황아현기자

 

풍도행(行) 출발점에서, 최대 승선인원 93명을 채우지 못하고 텅 빈 ‘서해누리호’는 출렁출렁 푸른 바닷길을 달려갔다. 옆 자리에 서성이던 한 주민들은 모처럼의 풍도 관광객이 신기한 듯 다가왔다.

 

“단순히 동네 밖으로 외출하는 것 뿐인데 오늘 나가면 당일에 들어올 방법이 없어 집에서 못 잔다고 생각해 봐요. 발이 묶인 답답한 기분”이라던 그들은 “서해누리호 말고도 ‘안산바다호’가 있는데, 이건 행정선이라 산불이 발생할 때나 오지 우리 같은 주민은 쓸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풍도 주민들은 육지를 향할 때 이틀을 잡는다. 배에서 만난 주민들은 “차량을 선적하지 못한 채 간단한 식료품과 생필품만 당일 승선 가능 차량에 옮겨 나르고, 다른 날 다시 육지로 나와 차량을 가지러 가는 일이 흔하다”면서 “관광객 차량은 주민 차를 모두 실은 뒤에 선적할 수 있는데, 그렇다 보니 관광객도 사실상 차를 배에 싣지 못해 풍도를 찾아오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지자체에서 올해 추석 명절 등에 일시적으로 배편을 1일 2회씩 늘리기도 했지만 역부족이다. 풍도 내에는 병원도, 학교도, 하다못해 편의점도 없어 의료·교육·편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무조건 육지로 나가야 하는데, 이러한 ‘일상 제약’이 하루 이틀 만에 풀리긴 힘들기 때문이다. 적은 배편이 단지 ‘교통 불편’에서만 머물지 않는 이유다.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풍도섬 전경. 황아현기자

 

1시간20여분 후 도착한 풍도는 대자연이 호흡하는 가락 외엔 어떤 소음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마을 왼편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와 모래 자갈밭이 조화를 이뤘고, 맞은편엔 일렬로 오밀조밀 늘어선 오래된 벽돌집 등이 보였다.

 

경기·인천이라는 대도심 사이에 위치했지만 주민은 82가구, 116명에 불과하다. 숫자로는 적어보여도 경기도 섬에선 화성시 제부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오늘 들어가는 배’는 있고 ‘오늘 나오는 배’는 없다 보니 주민 대부분이 바지락, 소라, 낙지 등 해산물을 잡으며 맨손업·어업을 통해서만 생계를 유지하는 편이다.

 

함께 배에 탔던 주민들은 “방아머리선착장과 풍도를 잇는 배편이 늘어나면 마을도 한층 발전될 것 같아요”라며 “외출 계획을 고민하는 불편함도 풀리겠지만, 그야말로 ‘먹고 사는’ 일이 나아지겠죠”라고 전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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