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까지 올라… 인천연탄은행 기부·봉사 급감, 취약계층 ‘겨울나기’ 막막 시민·단체 온기 절실
“연탄마저 없으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합니다.”
11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산곡동의 한 노후 주택. 추운 겨울이 다가오지만 이한옥씨(58)의 창고에는 연탄이 고작 수십여장 뿐이다. 몇년 전만 해도 이맘때면 기부 받은 연탄이 창고에 가득했지만, 올해는 텅 비어있다. 이씨는 1개월에 연탄 200여장을 쓰기에 이번 겨울을 지내려면 1천장이 넘게 필요하다. 그는 연탄 걱정으로 마음껏 연탄을 때지 못했고, 방에는 냉기가 감돈다.
이씨는 “옷을 몇겹씩 껴입고 겨울을 버텨야 할 것 같다”며 “연탄이 필요하면 15만원을 주고 200장씩 구매해야 하는데, 연금으로 생활하는 입장에서 가격이 너무 부담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미추홀구 학익동 햇골마을에 사는 신도천씨(83)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씨는 지난 7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당일에만 무려 8장의 연탄을 사용했다. 신씨는 “당장 다음달부터 연탄이 많이 필요한데, 올해는 기부도 부족해 연탄이 들어오지 않을까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탄을 사용하는 인천지역 난방 약자들의 겨울나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연탄 가격 상승 등으로 연탄 기부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11일 인천연탄은행 등에 따르면 연탄은행이 지난 10월까지 기부 받은 연탄은 총 1만3천장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9천장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또 연탄 봉사에 나선 단체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0곳이었지만 올해는 17곳으로 줄었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기부와 봉사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연탄은행은 인천지역에서 749가정이 연탄을 사용해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탄은행이 기부 받은 수량만으로는 13가정만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연탄은행은 지난해보다 연탄 기부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가격 상승을 꼽는다. 인천지역 연탄 소매점들은 현재 배달비를 포함해 연탄 1장당 850~1천100원을 받는다. 이는 지난해보다 10~15%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연탄 소매점 관계자는 “연탄 가격 자체가 올랐고, 인건비와 유류비까지 올라 전반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지역의 한 봉사단체 관계자는 “해마다 연탄 배달 봉사를 했다”며 “다만, 올해는 경기도 좋지 않은데 연탄 가격도 비싸고, 참여하려는 사람도 별로 없어 보다 저렴한 물품 전달 봉사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정성훈 인천연탄은행 대표는 “연탄을 쓰는 가정은 모두 생계가 어려운 이웃인데, 기부가 줄어 이번 겨울을 춥게 보낼까 걱정”이라며 “많은 시민과 단체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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