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빈데믹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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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찜질방, 기숙사, 고시원, 목욕탕, 숙박시설, 일반 가정 등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하면서 ‘빈대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꾸렸다. 전국 11만 곳을 ‘빈대 취약시설’로 지정하고 발생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빈대보드(bedbugboard.com)도 등장했다. LG CNS 서비스팀의 강재구씨(29)가 빈대 출몰지를 확인할 수 있는 ‘빈대 현황판’을 만들어 공개했다. 빈대보드에선 일간·주간·월간 총출몰 횟수와 지역별 출몰 일자·장소 등을 볼 수 있다. 강씨는 “사계절 내내 모기장을 치고 잘 만큼 벌레에 민감한 체질이어서 불안한 마음에 빈대 출몰 정보를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현황판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빈대 공포에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15일 “빈대 민원이 지난주보다 2.8배 이상 급증했다”며 ‘민원 예보’를 발령했다. 민원은 ‘지하철·기차 좌석을 천 재질에서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바꿔 달라’, ‘소독한 숙박업소에 안내문을 부착해 달라’, ‘택배상자를 소독해 달라’, ‘빈대에 효과 있는 살충제를 정부가 알려 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감염병 예방·방역이 주업무인 질병관리청도 빈대를 ‘침대 속 흡혈귀’로 정의하며, 빈대 바로 알고 예방하기 등의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빈대 잡는 데 장관도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코레일 차량기지를 찾아 방제복을 입고 지하철 1호선 열차 좌석과 바닥에 소독약을 뿌렸다. 그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방제해 빈대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했다.

 

흡혈 곤충인 빈대는 따뜻한 환경에서 왕성하게 서식한다. 주로 밤에 나타나 피를 빨아 먹고, 낮에는 침대 매트리스나 프레임, 소파, 책장 등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흡혈하지 않고도 70일에서 150일까지 생존하기 때문에 박멸이 쉽지 않다.

 

지자체들에선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위생 취약시설에 대해 예방·방제를 강화하는 등 그야말로 비상이다. 빈대 확산에 ‘빈데믹’(빈대+팬데믹)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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