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향한 진솔한 애정…노년의 시인들이 펴낸 ‘거룩한 선물’ [신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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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선물’(문학과 사람 刊). 교보문고 제공

 

노년의 시인들이 저마다의 세월로 아로새긴 관점을 행간에 투영하고 있지만, 그들의 지향점에선 느슨한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바로 ‘삶을 향한 진솔한 애정’이다.

 

시집 ‘거룩한 선물’(문학과 사람 刊)이 지난 20일 발간됐다. 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정순영 등 총 네 명의 시인이 함께 손을 맞잡고 어느덧 여섯 번째 시집을 펼쳐냈다.

 

조병기 시인의 시에선 과거를 응시하는 회한의 정서, 문득 머릿속을 채우는 아련한 기억들이 짙은 잔향으로 맴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바라보는 화자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안경을 고쳐보아도 거꾸로 서 있는 그림자”(‘얼굴’ 中)만 보이고, “외투 깃을 세우고 휘파람을 불며 떠나는 사나이”(‘목마’ 中)만 덩그러니 남았다.

 

“머리 위로 저 푸른 하늘이 흐르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오늘 행복했다’ 中). 허형만 시인은 우여곡절의 삶 속에서 긍정적인 면을 놓치지 않는다. 새벽녘 숲의 나무들이 부대끼는 소리를 ‘맑은 새소리’로 받아들이는 그의 시선은 사소한 일상에 가치를 부여한다.

 

임병호 시인은 삶을 지탱하는 근간을 돌아보고 있다.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역시 ‘시(詩)’다. 이래나 저래나 시가 함께 하는 삶일 때, 그의 삶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순영 시인은 유한한 인간의 세계와 절대자의 영역을 오가면서 시적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시구를 찬찬히 음미하다 보면 각종 종교적 모티브가 그의 감각 기관을 거치면서 현실 세계와 조응하는 듯 느껴지며, 또 다채로운 의미로 재편되면서 독자들에게 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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