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명가 몰락’은 투자 외면과 안일한 대처가 원인

구단 운영주체 전환 이후 투자 감소로 성적 곤두박질에 ‘예견된 참사’
90년대 후반~2010년대 중반, 최고 명문구단→2부 추락 ‘팬심 분노’

수원 삼성이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리그 최종전서 비겨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순간 선수단이 고개 숙여 팬들에게 사과인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성남 수원 팬들이 던진 붉은 연막탄이 그라운드에서 피어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수원 삼성이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리그 최종전서 비겨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순간 선수단이 고개 숙여 팬들에게 사과인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성남 수원 팬들이 던진 붉은 연막탄이 그라운드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K리그 최강으로 군림했던 ‘명가’ 수원 삼성이 창단 28년 만에 첫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국내 축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시즌 내내 강등의 악령에 시달렸던 수원은 두 차례나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하는 부진 속에 염기훈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시즌 막판 반등하며 자동 강등의 최악 상황을 면하기 위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하지만 2일 홈에서 열린 최종전서 강원FC와 비기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날 마지막 염원을 안고 열정적으로 응원을 펼친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이는 분노로 바뀌면서 경기장에 홍염을 던지는가 하면 일부 팬은 경기장 난입을 시도했고, 선수단의 버스를 2시간 가까이 가로막는 등 분노가 극에 달했다.

 

지난 1995년 12월 글로벌기업 삼성전자를 모기업으로 창단됐던 수원은 4차례의 리그 우승(1998·1999·2004·2008년)과 5차례의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2002·2009·2010·2016·2019년), 아시안 수퍼컵 2연패, 아시안클럽컵 2연패 등 수 많은 우승트로피를 수집한 명문 구단이었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많은 우수선수를 영입, ‘레알 수원’이라 불릴 정도로 호화군단으로 자리매김했던 수원은 창단 당시 표방한 세계적인 명문구단 도약을 향해 순항하는 듯 했다. 국내 프로축구선수는 물론 축구 꿈나무들이 가장 가고 싶은 팀 1순위가 수원이었다.

 

국내 프로축구 팀중 가장 인기있는 구단으로 공식 서포터즈의 체계화된 응원문화는 국가대표팀 서포터즈인 ‘붉은악마’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할 만큼 경기장 안팎에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4년 구단 운영 주체가 삼성그룹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며 쇠락하기 시작했다. 구단은 적자를 피하기 위해 투자를 줄이면서 우수선수 영입은 요원했고, 성적은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도 구단 프런트의 인건비는 타 구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들은 들끓기 시작했다. 이는 프런트 직원 대부분이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구단에 파견됐다가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원은 지난 2019년부터 5시즌 동안 2021년 6위를 제외하고는 매년 하위 스플릿인 ‘파이널 B’에서 생존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해에는 FC안양과 승강 플레이오프서 승리해 힘겹게 생존했으나 1년 만에 결국 자동 강등의 수모를 떠안았다.

 

팬과 축구인들은 수원의 강등은 ‘예견된 참사’라는 여론이다. 그동안 수년째 반복된 성적 부진에 투자와 운영의 합리화를 요구하는 구단 안팎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감독들의 무덤’을 만든 모기업과 프런트의 안일함이 ‘명가의 몰락’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만들었다.

 

국내 일류 구단인 수원 삼성을 보유했다는 자부심으로 ‘축구 수도’를 표방했던 수원시민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됨에 따라 당분간 수원은 수원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구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창단 당시부터 수원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50대 김모씨는 “이렇게 허망하게 당등이 될 줄은 몰랐다. 선수와 지도자의 책임도 있겠지만 그 보다도 프로구단을 운영하면서 투자를 외면한 구단과 모기업이 더 문제다”라며 “앞으로 2부리그인 수원을 계속 응원해야 할지 고민되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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