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으로 민생 외면하는 정치권은 대오각성해야

국회가 또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2일이 예산안 법정 시한이지만 여야는 야당이 제출한 탄핵안 처리 문제로 공방을 벌이면서 예산안은 뒷전으로 밀려 1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면서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김으로써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3년 연속 법정 시한을 넘겨 지각 처리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뿐만 아니다.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다른 상임위 법안이 무려 438건에 달하고 있지만, 법사위는 여야의 정쟁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야 본회의에 회부되는데, 지난달 22일 열린 법사위는 제대로 된 안건 심의 없이 산회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내년 4월10일 총선이 실시되므로 사실상 이번 정기회가 마지막이나 다름없다. 여소야대인 국회가 보여주고 있는 의정 행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너무도 실망스러워 과연 국회가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국회와 정치권은 협치는 고사하고 연일 정쟁으로 국민들의 피로는 극도에 달하고 있다.

 

우선 국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남용하면서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은 본인의 사퇴로 무산됐지만, 탄핵안 제출 과정 등을 보면 정략적 탄핵 추진과 경솔함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회기 내에 탄핵안을 제출했다가 스스로 철회해 일사부재의 원칙 논란을 일으켰는가 하면, 2차 탄핵안 제출 때는 탄핵 사유로 엉뚱한 내용을 넣었다가 철회·제출을 재반복하는 것이 공당의 모습인가. 6개월 업무 공백이 초래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기각을 겪고도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남발하는 것은 공당의 무책임한 행태다.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 역시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강행 통과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협상과 설득을 통해 정책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은 없이 거부권에 의존하는 윤 대통령과 여당도 정치 파행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북한은 연일 도발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정치권이 정쟁만 하고 있으면, 국정은 어떻게 되는가.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대오각성해 민생을 돌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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