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은퇴·라스 음주운전 퇴출·시즌 막판 10G 연속 무승 딛고 극적 ‘생존’ 잇따른 악재·계속된 부진에도 포기하지 않은 간절함이 ‘최후의 승리’ 일궈내
‘시민구단’ 수원FC가 한 편의 드라마를 쓰며 1부리그 잔류 기적을 일궈냈다.
수원FC는 지난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PO) 최종 2차전서 연장 접전 끝에 5대2 승리를 거둬 지난 1차 원정 1대2 역전패의 아픔을 씻어내고 1·2차전 합계 6대4로 앞서며 잔류에 성공했다.
이날 수원FC의 잔류 성공은 팀은 물론 ‘축구 수도’를 자처해온 수원특례시와 자칫 내년도 1부리그 팀 경기를 치르지 못할 위기에 빠졌던 경기도 연고 프로축구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수원시에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기업팀인 수원 삼성에 이어 재승격을 이룬 시민구단 수원FC 두 팀이 한 지역에 연고를 두고 운영됐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전통의 ‘명가’ 성남FC까지 3개 팀이 1부리그에서 뛰고 FC안양, 부천FC, 안산 그리너스, 김포FC가 K리그1 승격을 목표로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남이 자동 강등되고 올해는 수원이 창단 첫 강등된 데 이어 수원FC도 11위로 승강 PO를 치러 1차전을 패했다. 내년 시즌 경기도에는 1부 팀이 전무한 가운데 K리그2(13팀)의 절반 가까운 6개 팀이 다시 승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위기에 몰렸었다.
이날 1차전 패배로 선제골이 필요했던 수원FC가 전반 오히려 부산에 먼저 골을 내주며 1·2차 합계 2골 차로 뒤진 가운데 후반 32분까지 시간이 흘러가면서 수원종합운동장을 찾은 팬중 상당수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러나 33분 김현의 동점골과 추가시간 이영재의 동점골로 합계 3대3 동점을 만들며 극적 기사회생 했다.
이어 연장전서 이광혁, 정재용, 로페즈의 릴레이골이 터지면서 한 골을 만회한 부산의 재승격 꿈을 무너뜨리고 수원시와 경기도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수원FC의 잔류 성공은 ‘기적’ 말고는 다른 표현이 어렵다. 지난 6월 수비의 핵인 박주호가 갑자기 은퇴한 이후 수비라인 붕괴로 21경기를 치르는 동안 3승(6무12패)으로 부진했다. 더욱이 시즌 후반부와 승강 PO 1차전까지 10경기 연속 무승(4무6패)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중반까지 9골·5도움으로 공격포인트 2위를 달리던 외국인 공격수 라스가 음주운전으로 퇴출되면서 수원FC의 상황은 더욱 꼬였다. 강등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넉넉했던 하위권과의 승점 차는 계속된 부진으로 자동 강등 위기까지 내몰렸다. 다행히도 시즌 최종전서 제주와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며 다득점에서 앞서 극적으로 자동 강등을 면했다.
또 한번의 악재가 승강 PO 1차전에서 찾아왔다. 전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후반 잇따른 페널티킥 허용으로 역전패했다. 뿐만 아니라 팀내 최다 골(10골)을 기록하던 이승우가 경고누적으로 퇴장해 2차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2차전서 전반 15분 부산 최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강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수원FC 선수들은 후반들어 포기하지 않고 맹공을 퍼부은 끝에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선수단의 간절함이 기적을 일궜다.
롤러코스터 같은 한 시즌을 보내며 숱한 벼랑끝 고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일어난 수원FC는 이제 수원축구의 맹주이자 경기도 프로축구의 자존심으로 내년 1부리그 그라운드에 나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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