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이 중요하지 않다지만 이왕 바자회를 하는 데 판매액이 많으면 뿌듯합니다.”
안중읍에서 분식집 ‘만드기골목’을 운영하는 신철호 사장(60)이 바자회 수익을 한국방정환재단 경기지부(이하 경기지부)에 전달하면서 밝힌 소감이다.
그는 지난 12월4일 서평택충청향우회와 함께 바자회를 열었다. 떡볶이, 순대, 김밥 등을 판매해 모은 542만200원을 산하 지역아동센터 프로그램 운영비와 이듬해 열리는 어린이날 기념행사 등에 사용해 달라며 경기지부에 전달했다. 재료비를 빼지 않은 오롯한 판매액이다.
그는 “매년 혼자서 바자회를 열어 왔는데 회장님이 향우회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느냐고 제안을 했다”며 “올해 결과는 향우회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여러 사람의 협심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21일에도 바자회를 열어 모은 돈 353만3천400원을 경기지부에 기탁했다. 이 때도 재료비를 제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세대는 부모가 잘사는 사람이 드물었고 굶는 경우도 많았다”며 “아이들은 죄가 없지 않느냐. 우리 세대가 어렵게 살아오며 겪었던 것들은 아이들이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처음 기부를 시작한 것은 제과점을 할 당시다. 그는 “이천에서 빵집을 할 당시 가게가 끝날 무렵이면 중년 신사분이 오셔서 빵을 떨이로 사갔다”며 “어디로 가져가나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보육원에 전달하려고 사갔던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모습에 평택으로 이사와 빵집을 하면서 지역 보육원 두 곳에 빵을 나누기 시작했고 보육원에 간단한 제빵 시설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1997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빚이 늘면서 그는 잘나가던 빵집을 접고 분식집을 운영하게 됐지만 다행히 분식집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빚을 다 갚은 그가 먼저 한 일은 190여만원을 들고 결식아동에게 써달라며 초등학교를 찾아간 것이다.
20년 넘게 이어온 기부활동은 주변의 격려가 있었다. 특히 가족의 힘이 컸다. 힘들어 하지 않으려고 해도 오히려 아내가 더 하자며 추천한다고 했다.
단골손님도 한몫했다. 그는 “어느 해는 바자회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가게를 찾아온 손님이 올해도 좋은 일 할 때가 되지 않으셨냐며 1만원을 성금으로 내고 가시는 모습에 개최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번 바자회에서도 ‘길에서 주운 돈’이란 쪽지와 함께 말 없이 테이블에 돈을 두고 간 손님이 있었다.
그는 “드러내고 좋은 일을 해야 수익금이 많이 보이니 드러내고 일을 벌이지만 아직 눈에 보이지 않게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아직까지 사회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게를 직원들과 공동경영하면서 수익을 공동분배하는 동시에 일정 금액을 어린이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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