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남북 관계가 경색됐다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개성재단을 해산하면 우리 입주기업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정부가 지난 2007년부터 개성공단 지원 업무를 맡아온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해산을 공식화한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5일 통일부에 따르면 통일부는 조만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개성재단)에 대한 이사회 해산 의결을 거쳐 청산법인으로 전환하고,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지원 업무를 유관 공공기관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8년여 만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개성공업지구지원법 시행령 개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07년 출범해 공단 입주기업의 인허가, 노무 등을 지원한 개성재단은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맞대응으로 공단 가동이 중단되며 현재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번 해산이 공단 재가동의 마지막 불씨마저 꺼트린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통일부는 해산 배경으로 장기화된 공단의 중단과 북한의 시설 무단 가동 등 재산권 침해를 들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공단 중단 장기화 과정에서 재단 업무는 사실상 형해화됐고, 대외적으로도 재단 운영 비효율성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다”며 “최근 북한의 우리 재산권 침해 상황도 재단 업무 재개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공단에 입주했던 도내 기업들은 이번 발표에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 4일 공식 발표 전까지 자신들과 단 한번의 상의도 하지 않고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번 해산이 그간 쌓아 온 남북경협 노하우를 잃게 만들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속옷 생산 공장을 남겨두고 온 대표 A씨는 이번 해산 발표에 대해 ‘상당히 아쉽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결국 남북이 미래에는 경협을 안 할 수 없는 구조인데, 당장 비용문제가 발생한다고 15년 넘게 쌓아왔던 노하우를 버리겠다는 것은 너무 극단적”이라며 “청산 법인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우리 기업인들 입장에선 미래는 준비할 수 있도록 재단은 존속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 B씨는 “사실 지난해부터 해산을 할 것이란 소문은 있었는데, 어제 갑작스레 발표가 나 당황스럽다”며 “정부에선 이번 공식 발표 전에 입주기업인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조만간 정부에서 해산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하는데, 현재로선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희건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동안 경기도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전국 모든 지자체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지자체”라면서도 “개성재단도 해산하는 마당에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결국 고사 직전에 놓인 기업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에서 탈북자들은 재단이나 각 지역 센터 등을 통해 특별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쫓기듯 내려왔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탈북자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며 “국회 차원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공단 입주기업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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