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별다른 제재 없지만 내용따라 처벌 가능해 주의”
#1. 20대 A씨는 최근 친구 B씨와 다툰 뒤 전화로 서로 욕을 하며 싸웠다. 이후 B씨는 A씨 등 친구 무리가 있는 단체 대화방에 해당 통화 녹음 파일을 공유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파일을 편집해 친구들에게 나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2. 초등학교 담임교사 C씨는 알림장 용도로 학생들과 학급 오픈 채팅방을 운영 중이었다. 그러다 최근 졸업 사진 조 편성 문제로 아이들과 사이가 틀어졌고, 학생들은 오픈 채팅방에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C씨는 한 학생에게 통화로 “이곳은 알림장이다. 더 이상 여기에 이런 글을 쓰지 말아달라”고 전했지만, 이 학생은 통화 녹음 파일을 해당 채팅방에 배포했다.
SNS와 메신저 등이 활성화되면서 각종 정보의 공유도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누군가의 통화 내용 등을 임의로 공유·배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점차 빈번해지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2017년에는 이른바 ‘통화 녹음 알림법’이 발의됐다.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가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경우 알림 등을 통해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비밀 녹음이 결정적 증거로 활용되는 등 범죄나 부조리를 드러내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는 사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해에도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한다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 역시 사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다.
하지만 무심코 이 같은 정보를 배포했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정민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대화의 상대방이 다른 대화자의 동의 없이 녹음 파일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 별다른 제재는 없다”면서도 “다만 대화 내용에 따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명이 언급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다른 정보와 종합해 그 사람임을 특정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