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수면 방해 등 이웃 갈등 심각 현행법상 ‘소음 범위’에 포함 안 돼 道 “팻티켓 교육 등 프로그램 지원”
#1. 의왕시 이동의 한 원룸 빌라촌에 사는 김영진씨(가명·32)는 지난해 말 집을 옮긴 이후 단 한번도 잠을 깊게 자본 적이 없다. 빌라 앞에 설치된 임시 닭장에서 밤낮없이 들려오는 닭 우는 소리 때문.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 대는 닭 소리로 늘 선잠을 자다 보니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는 등 일상에 지장이 크다”며 “집 주인에게도 말해보고 민원도 넣어봤지만 바뀌지 않아 매일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2. 수원특례시 장안구 한 아파트에 사는 박수진씨(가명·여)는 매일 들려 오는 아랫집 층견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다. 박씨는 “이미 개 주인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최근 이사할 집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지역 곳곳에서 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동물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2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실태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 신규 등록된 반려동물은 29만958마리다. 이중 경기도는 8만7천287마리(30%)를 차지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국내 누적 등록 반려동물 수는 302만5천859마리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300만 마리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도심 곳곳에선 개가 짖거나 닭이 우는 등 동물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물 소음은 비반려인의 휴식과 수면 등을 방해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권을 침해, 성숙한 반려 문화 형성을 저해한다. 이는 반려인과 비반려인 이웃 간 다툼을 유발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7월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주차장에선 반려동물 소음으로 인해 갈등이 생겨 흉기로 이웃을 위협,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상 ‘동물이 내는 소리’는 소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피해 사례 등 현황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동물 소리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거나 구제해 줄 기관도 없다. 증거 등을 수집해 민사소송을 할 수 있지만, 금전·시간적 비용이 수반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해 3월께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동물이 내는 소리도 ‘소음’의 범주 안에 포함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인 ‘소음·진동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이재홍 한국층간소음관리협회장은 “반려동물 수가 늘수록 동물 소음 피해 사례도 늘고 있지만, 현재는 제도적 한계 등으로 인해 이를 해소할 수 없다”며 “성숙한 반려문화 형성을 위해서라도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사회적 협의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로선 제도적 근거가 없어 행정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다만 반려동물 에티켓 교육 등 프로그램을 통해 성숙한 반려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