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동해 해상에서 어선이 조난을 당했다. 제주도 선적의 복어잡이 배였다. 기상악화 수역에서 대피하던 중 기관이 멈춘 것이다. 신고를 받은 동해해경은 황천(荒天)항해 끝에 선원 11명 전원을 구조했다. 황천항해는 비바람이 심한 악천후 속의 선박 운항술이다. 그런가 하면 바로 연근해에서 십수명이 숨진 안타까운 해상사고도 있었다. 2017년 12월의 영흥도 낚싯배 침몰 사고다. 이 때문에 당시 해양경찰이 인명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천에 사령탑을 둔 해양경찰은 ‘바다의 119’다. 해상조난 사고는 수시로 일어난다. 바다 날씨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최근 해양레저 붐이 일면서 더욱 빈발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해경이 조난 신고 접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고 한다. 중궤도 위성 조난시스템이다.
지금까지 해경의 조난시스템은 저궤도 위성 기반이었다. 위성의 궤도는 저궤도(지상 1천㎞), 중궤도, 정지위성궤도(3만6천㎞)로 나뉜다. 위성 고도가 1천㎞ 상공인 저궤도 위성은 위치 파악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선박이나 항공기가 보낸 조난 신호를 탐지하는 데 1시간여 걸린다. 위치 오차도 5㎞에 이른다. 조난 신호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사고 위치도 부정확했다. 또 위성 탐지할 수 있는 지역의 범위도 좁았다.
코스파스-살새트(COSPAS-SARSAT)는 수색 구조 활동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다. 조난시스템 관련 기술 표준도 관장한다. 기존 저궤도 위성에서 중궤도 위성으로의 조난시스템 전환 방침도 여기서 나왔다. 이에 해경은 지난 2020년 중궤도 위성 조난시스템의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국제 기술 기준 충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성능 시험을 거쳤다. 이를 거쳐 지난 5일부터 중궤도 위성 조난시스템의 정식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중궤도 위성은 2만㎞ 상공의 궤도를 이용한다. 저궤도 위성에 비해 조난 신호를 실시간으로 파악케하게 해준다. 양방향 통신 서비스도 가능하다. 위치 오차도 몇 m에 불과해 사고 지점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탐지할 수 있는 지역 범위도 넓어진다. 저궤도 위성 시스템은 위성 1기 기준 지구 면적의 4%만 탐지 가능하다. 반면 중궤도 위성 시스템은 위성 1기 기준 지구 면적의 35%를 탐지한다.
해양경찰의 여러 임무 중 ‘바다의 119’ 역할은 막중하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해양 조난 사고 때마다 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이 뜬눈으로 지켜본다. 이번 해경 조난시스템의 업그레이드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인천의 자랑인 해양경찰의 진일보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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