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학예사 전문성 발휘할 공통 가이드라인 필요” [道 학예직 공무원 태부족]

학예사 팀장 도내 고작 13곳뿐
나머지는 일반행정직 등이 담당
‘문화유산전담관’ 실효성 의문
“지자체 특성 맞게 인력 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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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회암동 천보산 자락에 위치한 조선시대 최대의 왕실사찰인 회암사는 현재 터만 남아 262칸에 이르렀던 당시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회암사지 전경. 경기일보DB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수행하는 경기도 학예연구직 공무원들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재 분포에 따른 업무량 대비 담당 인력 부족과 학예연구직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한 인사 제한 등이 이유로 꼽힌다.

 

■전문 영역임에도 ‘팀장’은 비전문가가 상당수

 

국가 지정문화재를 제외한 지역별 지정문화재 업무는 기초·광역 지자체가 관리한다. 대부분 한 개의 부서에서 문화재 지정, 발굴 및 보존 등을 한번에 담당하고 있어 이를 수행할 인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장기 재직한 학예연구사가 팀장을 맡으면 업무 전문성과 책임감 강화, 체계적인 업무 관리가 가능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 지자체는 드물다.

 

도내에서 문화재·박물관·미술관 부서에서 학예연구사가 팀장을 맡고 있는 곳은 수원, 화성, 동두천 등 13곳 뿐이다. 나머지는 해당 업무와 무관한 일반행정직 등이 팀장을 맡고 있다.

 

해당 분야는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현행과 같은 직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양주시 문화관광과 박물관팀은 전공자인 팀장을 중심으로 지난 2015년부터 양주 회암사지 유적의 가치를 올리고, 축제를 기획해 지난해 7월 양주 회암사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는 성과를 올렸다. 순환보직인 일반행정직 팀장이 아닌 전공자 팀장이 지속가능한 업무를 추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내는 사례다.

 

■ 문화유산전담관 도입했지만…정체성 ‘모호’, 실효성 ‘글쎄’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문화재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는 지난해 10월6일 대안책으로 ‘문화유산전담관’을 도입하기로 했다.

 

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지자체장이 소속 공무원 중 ‘문화유산전담관’을 지정·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담관은 문화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당 지자체의 문화유산 관련 정책을 총괄·조정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적 개선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화유산전담관이 기존의 학예연구관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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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석조 불상. 경기일보DB

 

■ 공통 가이드라인 마련, 업무 구조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문화재 보존 및 관리를 위해선 문화재 담당 학예연구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면적에 따른 문화재 매장량이나 문화재 갯수에 따른 인원 수 배치 등 정량 지표를 따져 본 후 인력을 재배치해 관리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호 교학박물관학연구원장은 “행정직은 광역과 기초 지자체 간 구분된 현행의 인사 체계를 따르되, 그와 달리 연구직렬은 기초 지자체를 오가는 인사교류 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시·군간 부서를 오가게 하면서 지자체별 특성에 맞게 인력을 배치하면 각자의 특화된 전문성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착화된 학예연구직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인사 체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호철 안양대 교수(문화재 정책 전공)는 “특수한 전문성을 갖췄기에 이들에게 관련 업무가 전부 할당되지만 소수 직렬이라는 이유로 행정직 등에 밀려 과장급 승진 등 인사 전반에서 비상식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며 “학예연구직이 특정 업무만 할 수 있다는 편견 내지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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