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많은 이들의 화두는 축구였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참패한 국가대표 얘기다. 이번 대회 일정상 예견됐던 일이었다. 결승전이 2월11일 0시에 예정돼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설날 밤이다. 대회전부터 ‘설날 치러지는 한일 결승전’이라며 관심을 샀다. 한국이 결승 가고, 우승도 하는 행복한 가정이었다. 대회 시작 전 설 화두는 그렇게 행복했다. 그런데 한국이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최악의 경기였다. 설 화두는 나쁜 소식으로 대체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그 중심에 있다. 책임론과 함께 퇴진 요구가 들불처럼 퍼졌다.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진작 불신받고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 선수 선발과 기용이 계속 지적됐다. 경기에 따른 맞춤형 전술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막판에는 선수들과 소통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분노는 그를 택한 축구협회를 향했다. 29억원의 적지 않은 연봉을 주고 데려왔다. 해임하려면 70억원 안팎을 물어줘야 한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기에 정치인들이 끼었다. 먼저 치고 나간 게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클린스만 경질을 요구했다. 정치인답다고나 할까, 축구협회장을 직격했다. 해임에 따른 위약금 책임에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물어내라’고 했다. 여기에 ‘축구 사대 주의’라는 지적도 했다. 우리에게도 세계적인 지도자가 ‘즐비하다’고 썼다. 듣는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었다. 그러면서 ‘경남FC, 대구FC 구단주 경험’을 소개했다. ‘해봐서 안다’는 얘기다.
정치인도 국민이고 축구팬이다. 클린스만 감독 해임 요구는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가 말한 구단 운영 이력에 대해서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경남FC 구단주를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했다. 그의 취임 전까지 1부 리그 5~8위였다. 그게 2013년과 2014년 11위로 추락했다. 그러더니 2015년 2부 리그로 내려앉았다. 대구FC 구단주로서의 성적도 다르지 않다. 취임 전 3위에서 취임 후 8위, 6위다. ‘클린스만 기준’이면 해고감 아닌가.
권성동 의원도 ‘축구 분노’에 올랐다. 자신의 SNS에 ‘검증은 끝났다. 대한축구협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역시 협회의 감독 선임 책임을 묻고 있다. 딱히 축구와 권 의원을 연결할 정보는 없다.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축구 대표팀 릴레이 영상이 있다. 같은 강원 소속이라며 김학범 감독을 칭찬하고 있다. 정치는 늘 스포츠의 과실을 노린다. 경기장을 찾고, 응원단에 끼어 앉는다. 팬들이 눈총을 줘도 비집고 들어간다. 표가 된다고 봐서다.
그런 일상을 새삼 뭐랄 건 아닌데 이번에는 좀 다른 거 같다. ‘카타르 재앙’에 국민적 실망이 크고 축구 팬들의 충격은 여전하다. 여기에 득표의 촉수를 들이미는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제일 큰 잘못은 정치인 농락까지 자초한 한심한 한국 축구에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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