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그땐 그랬다. 금방이라도 원유가 펑펑 솟구칠 줄 알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지독한 가난에서도 벗어날 것만 같았다.
필자는 당시 군대에서 두 번째 휴가를 나왔다. 1980년 이맘때였다.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라디오에선 매일 노래가 흘러 나왔다. “제7광구~”. 첫 구절부터 똑부러졌다. 가슴도 설렜다. 가수 정난이의 두 번째 정규 앨범에 실렸다. 산유국의 꿈이 담겼다. 크게 히트했다.
제7광구 얘기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대륙붕 제7광구다.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화두는 박정희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법 판례상의 ‘대륙 연장론’에 입각해 제7광구에 영유권을 선언하고 개발을 도모했다. 하지만 일본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영유권 문제를 잠정 보류하고 50년간의 기간을 설정해 공동 개발키로 협정을 맺었다. 1978년 발효돼 2028년 6월 종료되기로 예정됐다.
제7광구는 한일공동개발구역과 겹치는 해역이다. 북동 중국해 북단이고 일본과 가깝다. 한국 전체 면적의 82%에 달할 정도로 넓다. 한국과 일본 간 관할권 분쟁이 있는 유일한 광구다. 숫자도 행운을 뜻하는 ‘7’이다.
이런 가운데 제7광구가 한일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의 뜨거운 감자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신 보도가 그렇다. 최근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다. 가미카와 요코 외상이 무소속 오가타 린타로 의원의 협정기한 만료에 대한 질문에 “재교섭을 포함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일본이 제7광구 독자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솔솔 흘러나왔다. 제7광구 대부분이 일본 쪽으로 넘어갈 우려도 있다. 협정이 만료되려면 4년이 남았지만 영 개운치 않은 까닭이다. “제7광구~”라고 외치는 선율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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