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과 함께하는 외국 소각장… 인천도 못해낼 이유 없다

다시 인천 광역소각장 짓는 얘기다. 알다시피 3년이 지나도록 첫발도 못 떼고 있다. 인천시가 국내외 벤치마킹에 나섰다. 사람 사는 곳 어디서나 있어야 할 시설이다. 그들은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지난 달 초 시민들과 함께 경기 하남시의 유니온파크를 다녀왔다. 지난주엔 덴마크와 프랑스 소각장을 둘러봤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유럽 출장길에 보탠 선진 소각장 견학이었다. 같이 다녀온 기자들이 생생하게 전해왔다. ‘혐오시설 아닌 관광명소’, ‘시민 모두의 힐링공간’, ‘기피시설 생각은 편견’ 등등.

 

먼저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을 보자. 평야에 언덕처럼 솟아 있어 ‘코펜힐’로도 불린다. 소각시설 지붕에는 넓은 잔디 스키 슬로프가 펼쳐져 있다. 시민들이 스키를 즐기는 명소다. 슬로프 옆의 리프트와 산책로, 카페 등에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붐빈다. 소각장 구조물 정상에 서면 해상풍력단지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소각장 구조물 외벽도 높이 85m의 암벽 등반장이다.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자랑거리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들르는 랜드마크 관광명소다.

 

옥상에 설치된 굴뚝에서는 하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 수증기다. 폐기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정화시스템을 통과시켜 모두 제거한다. 염화수소나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유럽연합(EU) 기준치보다 낮다. 냄새나 매연에 따른 주민 민원도 없다고 한다. 아마르 바케에서 2㎞ 떨어진 곳에 덴마크 왕실의 아말리 엔보르 궁전이 있다. 200m 거리엔 아파트단지도 있다.

 

프랑스 파리 근교 이시레물리노의 이세안 소각장. 굴뚝이 건물 옥상에 작게 나와 있어 소각장인 줄 잘 모른다. 건식설계의 지하 소각장이라 굴뚝에서 연기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지상 공간은 공유 오피스로 쓰인다. 조금씩 나오는 연기지만 30분 단위로 성분을 측정한다. 바로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이들 소각장도 처음엔 주민 반대가 없지 않았다고 한다. 이세안 소각장은 2년여간 수십 번의 주민 간담회를 했다. 그 결과 지금의 ‘굴뚝 없는 소각장’ 모델을 이끌어냈다. 주민 의견을 반영한 설계와 운영이다. 소각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마게르 바케도 마찬가지다. 스키나 클라이밍 등의 시민 스포츠를 접목,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인천도 못해낼 이유가 없다. 담수화 플랜트처럼 한국의 환경 기술은 글로벌 수준이다. 과거 다이옥신을 걱정하던 수준의 소각장 기술이 아니다. 소각장에 대한 뿌리 깊은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야 한다. 이런 견학이 필요하다면 백번 천번이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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