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천명 확대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확산하는 가운데, 인천에서는 개별적인 사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직이 현실화하면 이들 교수들의 준법 투쟁에 따라 인천 대학병원의 외래 진료 축소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인천지역 대학 및 병원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인천의 인하대학교와 가천대 등 의대 교수를 비롯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 중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는 없다. 만일 교수들이 사직을 원할 경우 병원과 대학 측에 각각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 인천지역에는 인하대병원 203명, 가천대 길병원 200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200명,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110명 등 총 677명의 교수들이 근무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의 한 교수는 “교수협의회에서는 단체 사직 날짜를 정하는 등 관련 논의를 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단체 사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추세에 맞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7주 가까이를 주당 최소 60시간에서 최대 80시간까지 당직을 서고있다. 내과·외과 등의 메이저과는 당직 부담도 상당하다”며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업무 조정을 하던지 사직을 하던지 4월까지는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천성모병원은 가톨릭대학교 산하 8개 병원의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의사와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 사직서를 내는 교수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사직서를 낸 교수들은 공식 사직서 수리 전까지는 법정근로 시간인 ‘주 52시간 준수’ 형태의 준법 투쟁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들의 외래 진료 축소 및 수술 등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이미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각 병원에서는 입원 환자를 대폭 줄이고, 수술 또한 절반 가까이 취소·연기하는 등 축소 운영 중이다. 현재 의료 현장을 지키는 교수진들의 주 52시간 근무는 이미 과부하가 걸린 의료현장에 더욱 큰 의료 공백을 만들어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천성모병원의 한 관계자는 “전공의의 경우 진료 보조의 역할이 컸지만, 교수 등 전문의는 환자를 직접 맡고 살피는 주치의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교수 파업은 차원이 다른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수들의 정해진 역할 외에 다른 업무를 안하겠다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다. 각 병원별로 움직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지속적으로 각 병원의 동향을 살피면서 대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시는 재택 근무를 통한 비대면 진료을 가능하게 하고, 또 수련병원 간 의료진 등이 이동해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한다. 시는 각 병원 및 의료진과의 협의 등을 통해 의료 공백 최소화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가천대는 이날 예정이던 의대 개강일을 다음달 1일로 연기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가천대 의과대학 강의실에는 불이 꺼진 채로 학생들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복도 벽에 붙은 교육 과정 일정표는 2월 중순 개강을 알리고 있지만, 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의실은 텅 비어 있다.
이와 함께 인하대는 지난 4일 개강했지만 재학생 252명 중 238명(94.4%)이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으며, 신입생 52명 등만 수업을 듣고 있다.
가천대 관계자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의견을 취합해 개강을 미룬 것”이라며 “4월에 개강해도 수업 일수 등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최대한 개강일까지는 학생들을 설득해 학교를 결석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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