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산곡3동 일부를 ‘화랑농장(花郞農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부평 주민들도 화랑농장의 기원과 역사를 알지는 못한다. 1950년대 초반 6·25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 곳곳에 상이용사촌이 생겨났다. 평안북도 출신 김국환이 1953년 화랑농장이라는 이름으로 자활농장을 만든 것은 그중에서도 독특한 예로 기록이 남아 있다. 전쟁 이후 돌아갈 곳이 사라진 이북 출신 국군 상이용사들이 부평에 터를 잡고 보리 재배 및 소·돼지·오리 사육을 위해 설치한 농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MZ세대에게 화랑농장은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1차 법정 문화도시인 경기도 부천시와 제2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받은 인천의 부평구는 국비 지원 문화사업의 하나로 2022년부터 ‘부평×부천 아트페어(BBAF)’를 했다. 총 100명의 작가(부평·부천 작가 각각 50명)가 모여 미술 작품 전시회를 성황리에 열었다.
특히 지난해 BBAF를 사회복지법인 협성원에서 열면서 100명의 작가들은 ‘화랑로’를 ‘그림을 걸어놓고 전람하기 좋게 만든 사랑채’라는 의미의 ‘화랑(畫廊)’이라는 의미로 힙(Hip)하게 받아들였다.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둔 공간 같아요!”
협성원 건물은 노인과 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로 사용했는데, 수년 전부터 복지시설로 이용하지 않게 되면서 건물이 급속도로 노후해 산곡3동 주민들로부터 흉물이라는 비난을 들어 왔다. 그런데 2023 BBAF 당시 부평구에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면서 청년 예술인들의 찬사와 산곡3동 주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건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
협성원이 운영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생산한 커피 원두를 활용하기 위해 1층 카페를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하면서 2~3층은 장애 예술인 또는 청년 예술인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산곡3동 주민의 노령화 추세를 볼 때, 지역에 복지·체육·문화 시설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공간의 조성은 인천시에서 마땅히 발 벗고 도와야 하는 사업이다.
아울러 2022년 방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화제가 됐던 미술인 정은혜와 같이 장애인도 예술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인천시의 세심한 지원이 좀 더 필요하다. 장애인직업 재활시설에서 생산한 커피를 파는 1층 카페는 노동의 공간이지만, 2~3층에 취미로 미술을 하는 장애 예술인의 작품이 전시된다면 더 힙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물며 인천은 인구 300만의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시립미술관조차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2027년 5월 시립미술관이 들어선다고 해도 전시 대관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불모지이다.
청년 예술인들은 작품 포트폴리오를 위해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어도, 대관 장소 및 대관료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경기도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강력하게 호소하곤 한다. 스터디카페로 이용하는 청년 공간뿐 아니라 청년들의 놀거리가 풍부한 이색 공간의 조성은 청년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가슴 아픈 화랑농장(花郞農場)을 알록달록한 화랑(畫廊)으로 승화하는 힙한 눈높이를 인천시에서 먼저 맞춰보려고 노력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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