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들고 투표장 가도 되나’에 선관위 “들고 오지 마세요”

투표소 밖에서 대파 들고 ‘인증샷’은 가능
이재명 “기가 찬다”, 조국혁신당 “사과는 되나”

경기일보 DB
대파. 경기일보 DB

 

현 정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대파를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느냐’는 문의가 계속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파를 들고 오는 행위가 ‘의도가 있는 정치적 행위’로 보고 제한 조치에 나섰다.

 

중앙선관위는 5일 각 지자체 선관위에 ‘투표소 항의성 민원 예상사례별 안내사항’ 문건을 보내 투표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 대처법을 공지했다.

 

해당 문건에는 ‘대파를 소지한 선거인에게는 사전투표소 밖 적당한 장소에 대파를 보관한 뒤 사전투표소에 출입하도록 안내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파를 들고 가는 행위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항의하는 정치적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 공직선거법에 따라 다른 선거인에게 심적 영향을 끼치며 비밀 투표 원칙도 깨질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임의로 ‘대파 소지는 문제가 있다’고 결정한 것이 아니다”며 “최근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유권자의 질의가 왔기에 여기에 답변하면서 입장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해 대파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해 대파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투표를 마친 뒤 사전투표소 밖에서 대파를 들고 투표 ‘인증샷’을 찍는 경우는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중앙선관위의 결정에 야당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SNS에 해당 소식을 전하며 “기가 차네요”라고 적었다.

 

조국혁신당도 이지수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의도가 있는 정치적 행위’인지를 선관위 직원이 어떻게 알아보는가. 대파는 들고 못 들어가면 요즘 문제가 되는 사과나 양배추는 들고 들어가면 되느냐”며 “대파 가격을 갖고 정부와 여당이 국민 눈을 속이려고 해도 좋지만, 선관위까지 ‘파틀막’을 해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찾은 서울 양재하나로마트 채소 코너를 찾아 대파를 들고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야당에서는 “서민 물가를 모른다”,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을 대놓고 우롱하는 것”이라며 일제히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총선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지역구 주민에게 대파 가격을 묻는 ‘대파 챌린지’를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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