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 맞는 2030 구급대원... 그들이 무슨 생각이겠나

119 구급대원이 폭행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도 긴급 출동해 임무를 수행 중인 현장에서다. ‘출동하기가 겁난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4년간 발생한 폭행 피해만 61건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6건, 2021년 13건, 2022년 21건 등이다. 올해도 3월까지만 7건이나 발생했다. 119 구급대원들은 한밤중에도 시민들 생명을 구하려 뛴다. 대체 왜 그러는 것인가.

 

인천 사례부터 보자. 한 구급대원은 지난해 9월 70대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 중 폭행 당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얼굴과 목 등을 네차례나 얻어맞았다. 가해자는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그러나 피해 구급대원은 아직도 자기가 왜 맞았는지도 모른 채 트라우마를 겪는다. 또 다른 구급대원은 2022년 5월 인천 남동구의 한 식당으로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매뉴얼에 따라 뇌진탕 여부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갑자기 가슴과 주요 부위를 폭행, 전치 2주의 피해를 남겼다.

 

다른 지역에서도 잇따른다. 대전에서는 최근 40대 여성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술에 취해 119 신고를 하고서는 출동 구급대원들을 흉기로 위협했다. 먼저 ‘갈비뼈가 아프다’며 119 신고를 했다. 구급대원이 출동하자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로 위협했다. 이런 난동이 1시간이나 이어졌다. 최근 2년 동안 20차례나 술에 취해 119 신고를 하기도 했다. 막상 출동하면 병원 이송을 거부하고 욕설·폭언을 일삼았다.

 

지난해 9월 울산에서도 한밤중의 구급대원 폭행이 있었다. 병원에 이송하려던 환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제3자가 구급대원을 폭행했다. 도로에 환자를 눕힌 뒤 상태를 살피던 구급대원은 이유도 모른 채 당했다. 시간을 다투는 구급 활동을 대놓고 방해한 것이다.

 

소방청이 2015~2022년 구급대원 폭행을 분석했다. 8년간 1천713건이 발생, 2천77명의 구급대원이 당했다. 대부분 오후 10시에서 오전 1시 사이에 일어났다. 술에 취한 채의 ‘주취 폭행’이 1천497건으로 87%를 차지했다. 가슴 아픈 건 2030세대 구급대원들이 집중적으로 폭행 피해를 당한 점이다. 현장 출동 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서일 것이다.

 

한밤중의 까닭 모를 폭행에 그들은 무슨 생각이겠나. 구급대원 폭행은 결과적으로 다른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중대범죄 행위다. 그런데도 가해자에 대한 처분 결과는 벌금형이 가장 많다고 한다. 당연히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에 앞서 구급대원 폭행을 몹시 부끄러워하는 시민의식이 더 먼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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