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술 취해 남편 죽인 50대 女 '징역13년'

심신상실 주장…재판부 "심신 미약이나 감형 해당 안돼"
"위험한 상태 되는 것 알면서 술과 약 먹어"

의정부지방법원 전경. 경기일보DB
의정부지방법원 전경. 경기일보DB

 

수면제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흉기를 휘둘러 전 남편을 숨지게 한 50대 여성이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오창섭)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1시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주거지에서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나 흉기를 휘둘렀다. 상처를 입은 B씨는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A씨와 B씨는 이혼했지만 10년 넘게 함께 살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왔다. 

 

A씨 측은 B씨의 외도, 유방암 수술 등으로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앓게 되어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범행 당시에도 다량의 수면제와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심신상실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직후 119에 전화하면서 상담원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한 점 ▲체포 직후 조사에서 범행 경위나 동기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대답한 점 등으로 봤을 때 A씨가 심신상실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심신미약이 인정되지만 A씨가 스스로 심신 미약 상태를 유발, 형을 감경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2008년 10월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씨를 흉기로 찌른 전력이 있고 본인 스스로 약과 술을 함께 먹으면 정신질환이 심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심신상실)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심신장애로 인해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다만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 이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수면제와 술을 함께 마시면 폭력성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러한 상태를 유발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심신미약 상태의 범행에 대해 법원은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을 뿐인데 범행 방법, 결과 등을 보면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은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이 직접 119에 신고, 구호조치를 요청한 데다 심신상실 외에 나머지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등 반성하고 있지만 피해자의 어머니가 피고인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도 감안,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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