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은 대표적인 보수의 땅이다. 21대 총선에서 김선교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경기도내 보수 의석은 7석이었다. 측근 선거법 위반으로 김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아 다시 출마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김 후보는 당선됐다. 국힘의 경기도 당선자는 6명이었다. 많은 이들이 양평을 보수 텃밭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당사자인 김 당선인이 이런 말을 했다. “나도 부재자 투표에서 고전했다. 본투표로 겨우 이겼다”.
군(郡) 지역인 양평에서 감지되는 표심 변화도다. 당선자가 다음 선거를 장담키 어렵다고 말한다. ‘경기도 0석’의 정치 구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 적나라한 분석을 본보 기자들이 내놨다. 22대 총선 득표율을 2년 전 대선, 2020년 총선과 비교한 결과다.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5.62%,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50.94%를 얻었다. 표차는 5.32%포인트다. 이게 2년 만에 11.73%포인트로 벌어졌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도 12.91%포인트 차였다. 국민의힘이 1.75%포인트 증가했지만 민주당도 0.57%포인트 증가했다. 의석수는 더 벌어졌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51석, 국힘은 7석이었다. 당시 전체 의석은 59석이었다. 22대 경기도 의석이 60석으로 늘었다. 민주당이 53석으로 늘었고, 국힘은 6석으로 하나 줄었다. 개혁신당이 1석을 차지했다. 국힘엔 최악이라던 21대 총선보다도 쪼그라든 결과를 받은 셈이다.
결국 당내에서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이라는 자조가 나왔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총선 토론회에서다. ‘경기도를 포기하고는 1당이고 다수당이고 불가능하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대통령 부부 모습이 싫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김종혁 조직부총장). 서울 도봉구 김재섭 당선인은 ‘당에서 하라는 것과 반대로 한 것이 (승리 비결이었다)’고까지 했다. 이미 결정돼 있었던 몰락이었다.
‘경포당’의 조짐이 어찌 어제오늘 일이겠나. ‘5.32%포인트 진 윤석열 대통령’부터 시작됐다. 대통령실을 둘러싼 이른바 실세들은 경기도와 거리가 멀었다. 이후 당내 선거는 영남당 독식으로 내달렸다. 당 대표를 포함해 요직은 모조리 영남 차지였다. 선거 앞두고 갑자기 경기도를 얘기했다. 고위 관료 출신들을 전략공천했다. 반도체 벨트 투자 약속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떠난 경기표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후반부로 간다. 정권 후반부는 지지세가 더 퇴조한다. 지금보다 열악해질 경기도 판세다. ‘6석’조차 그리워질 때가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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