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탄현면에 한 스튜디오가 있다. 건물 창문이 검은색으로 차광 처리됐다. 촬영 시 주의 사항 안내문도 붙어 있다. 내부에는 분장실, 대기실까지 갖춰져 있다. 조명 장치, 촬영 장비도 완벽하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스튜디오다. 다른 스튜디오는 파주시 월롱면에 있다. ‘TV 제작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역시 다양한 촬영 장비가 갖춰져 있다. 취재진이 두 건물의 용도를 확인해봤다. 놀랍게도 법률적 용도는 창고다. 불법 용도변경이 이뤄진 상태다.
경기 북부는 K-콘텐츠 산업의 중심을 자처한다. 이 지역 ‘스튜디오’ 20곳을 취재진이 확인해 봤다. 법률적으로 공장 또는 창고인 곳이 14곳이다. 확인 스튜디오의 70%가 불법 상태인 것이다. 앞선 탄현면 스튜디오는 불법이 적발된 상태다. 파주시로부터 원상복구 시정명령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스튜디오로 이용하고 있다. 적법하려면 방송통신시설로 등록해야 한다. 기준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이행강제금 내는 게 낫다고 보는 듯하다.
K-콘텐츠는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 산업이다. 연관 산업의 동반 수출까지 이끄는 핵심이 되고 있다. 드라마, 공연 등 K-콘텐츠와의 연계가 국정 과제다. 관계 부처 합동 한류박람회 ‘2023 태국 K-박람회’, 해외 상설홍보관 인도네시아 ‘KOREA 360’ 운영, K-콘텐츠 내 연관산업 제품에 대한 간접광고(PPL)를 지원하는 ‘관계부처 합동 한류마케팅 지원 사업’ 등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가 전체 수출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오래된 일이다.
자연스레 방송 영상 독립 제작사 급증으로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를 보면 2022년 현재 753개사다. 그런데 제작사 중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것은 199개뿐이다. 나머지는 자체 스튜디오 시설이 없다는 얘기다. 스튜디오를 임대해 사용해야 하는 처지다. 수요로 스튜디오를 빌려주는 임대업이 태동했다. 그리고 여기에 공급량이 따르지 못하면서 불법 스튜디오가 난립하게 됐다. 경기 북부가 ‘불법 스튜디오’의 온상으로 전락해버린 이유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콘텐츠 산업이다. 어느덧 한국 수출의 둘도 없는 효자 종목이다. 그런데 이 위대한 문화의 출발이 모두 불법이다. ‘불법 창고’, ‘불법 공장’에서 탄생하고 있다.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나. 적법의 영역으로 안을 방안을 고민할 때다. 필요 이상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면 손 봐야 한다. 합리적인 수준을 넘는 경비라면 살펴줘야 한다. ‘K-콘텐츠’로 돈 벌 생각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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