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고용평등법, 가족돌봄휴가휴직 제도 사용 권리 규정 사업주 거부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불가 통보에 막말까지
질병, 사고, 노령 등 돌봐야 할 가족이 있어도 가족돌봄휴가나 가족돌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10명 중 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가족돌봄휴가 및 가족돌봄휴직 사용 자율성'에 대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진행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직장인들에게 '가족돌봄휴가(휴직)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가 59%로 '그렇다'(41%)보다 18%p(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앞서 지난 2022년 4분기 조사에서도 '가족돌봄휴가·휴직 사용이 어렵다'는 응답은 50% 이상이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비정규직(70.5%)이 정규직(51.3%)보다, 5인 미만(72.1%)이 300인 이상(41.6%)이나 공공기관(38.2%)보다, 150만원 미만(73.9%)이 500만원 이상(40.7%)보다, 일반사원(68.5%)이 상위관리자급(34.4%)보다, 여성(64.3%)이 남성(55%)보다, 가족돌봄휴가·휴직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직장인들이 가족돌봄휴가·휴직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직장갑질119 상담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70대인 어머니가 지체장애 3급에 지병까지 앓고 있는데다 화장실을 가던 중 고관절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다.
사측은 그러나 각종 서류 제출을 요구하며 A씨의 휴직 신청을 거절했다. A씨가 "필요한 서류 이름을 제시하면 모두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사측은 "휴직이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용불가를 통보했다.
심지어 A씨는 사측으로부터 "형제간에 각출해 간병인 쓰는 방법도 있다" "3급 장애인이 중한 장애인이 아니다" "아버지 나이도 많지도 않다. 90세는 되어야 (한다)" 등의 말을 듣기도 했다.
민간 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회사내규에 관련 내용이 없어 가족돌봄휴가·휴직 제도를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휴가나 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용자나 관리자로부터 압박을 당하거나 폭언을 듣기 일쑤였다.
직장갑질119 김현근 노무사는 "가족돌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고, 심지어 현행법상 사용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조차 없다"며 "그럼에도 이렇게 제도 활용이 어려운 현실은 사업주의 '일과 삶,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한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의 사례에서도 표면적인 회사 입장은 서류를 추가하라는 취지였지만, 신청 후 100일이 지나서 불허를 통보한 것은 사실상 '일손이 부족하니 휴직하지 말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돌봄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제도의 실효성 확보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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