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부업 뛰는 ‘N잡러’ 50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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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본업 외에 직업을 하나 더 가진 사람을 ‘투잡스(Two Jobs)’라 한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투잡’을 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는 식당에서 일하거나 대리운전을 하는 식이다. 굴지의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고, 살아남은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등 고용불안이 심화된 데 따른 현상이었다.

 

요즘은 2개로는 부족하다는 듯 ‘N잡러’가 유행이다. 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의미하는 ‘잡(Job)’, 사람에게 붙는 접미사 ‘~러 (-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N잡러는 청년층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저녁의 삶과 휴일을 포기하고 부업을 택한 40~50대 직장인도 많다. 생활비 부족과 노후 대비 등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자영업자들도 투잡에 뛰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취업자는 월평균 55만2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월평균 45만1천여명)보다 22.4% 늘었다. N잡러가 5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N잡러의 증가는 고용 형태의 다변화, 코로나19 장기화, 비대면 문화 확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2018년 이후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소득을 메우기 위해 부업을 하기도 한다.

 

N잡러 증가세는 배달라이더로 대표되는 플랫폼 일자리와 관련 있다. 플랫폼 일자리의 상당수는 시간 제약없이 일할 수 있고 기존 일자리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유튜버처럼 시간·장소 제약 없이 PC만 있으면 가능한 정보통신업 관련 일자리도 대표적인 부업 중 하나다.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월급만으로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고, 원하는 삶을 살기 힘들어 여러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 요즘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식이 강해졌다. 이는 청년층 이직이 잦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N잡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소시민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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