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문제 등으로 교직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현직 교사 10명 중 8명이 ‘다시 태어나면 선생님을 안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만 다시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하니 교직생활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1천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19.7%에 불과했다. 교총이 2012년부터 실시한 아홉 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자 첫 10%대 기록이다. 2016년 52.6%에서 2022년 29.9%, 2023년 20.0%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교직생활에 만족하느냐’고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이 21.4%에 그쳤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1.7%)였다. 그 다음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4.0%),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잡무’(22.4%)였다. 교원의 26.9%는 ‘몰래 녹음’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62.7%가 몰래 녹음 방지기기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올해 3월부터 ‘교권보호 5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67.5%가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26.6%만이 ‘이전보다 교육활동을 보호받고 있다’고 답했다. 교권보호 5법 시행 뒤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초등교사 9천361명을 대상으로 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직무 불만족도가 높았다. ‘현재의 교직생활에 만족한다’는 초등교사는 22.3%였다. 교권 관련 법령 개정 후 근무 여건이 좋아졌냐는 질문에 78.9%의 초등교사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63.9%는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했다.
실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도 많다. 20~30대 청년 교사들이 빠듯한 임금과 악성 민원 탓에 교단을 떠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기준 초임교사 기본급은 227만원이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한 달 살기 빠듯한 임금이다. 여기에 악성 민원이 많아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우니 이직을 하는 사례가 많다.
일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 현장의 미래가 어둡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데 미래가 밝을 수 있겠는가. 갈수록 교원들이 긍지, 사명, 열정을 잃어가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교사들이 체감할 수 있게 교권보호 법·제도를 보완하고 행정업무 폐지·이관 등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