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토마토뿔나방’ 경기도 확산… 친환경 토마토농가 ‘절망’

3월 첫 발견 후 3개월만에 전국 확산...도내 농가 66곳 중 26곳 피해
방제법 없는 친환경농가 '속수무책'... 농진청 “방제 연구, 피해 지원 검토”

 

“이제 친환경 토마토는 없습니다. 농약을 쓸 수밖에 없어요.”

 

외래 병해충인 ‘토마토뿔나방’이 경기 지역에 확산되면서 친환경 토마토농가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13일 오전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친환경 토마토농가. 15년 간 친환경 농법으로 토마토를 재배한 A씨(67)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떨어진 토마토를 주워 상자에 담고 있었다. 상자 옆에는 토마토뿔나방이 갉아먹은 토마토가 가득 담긴 2개의 박스가 일렬로 놓여있고, 상자 위에는 여전히 ‘그것’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날 오전에만 버려진 토마토는 약 60kg. 출하가로 치면 30만원에 달한다. 지난 3월 출몰한 뿔나방에 당해 버려진 토마토는 무려 3t에 달한다.

 

토마토
‘토마토뿔나방’으로 인해 상품가치를 상실한 토마토. 민경찬PD

 

A씨는 “지난 3월에 발견된 토마토뿔나방으로 인해 400만원 넘는 친환경 약재를 써봤지만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토마토의 잎과 줄기, 꽃을 갉아 먹는 토마토뿔나방은 눈에 띄지 않는 열매꼭지 틈을 파고 들어가 2차 피해가 크며 세균 감염을 일으키고 작물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이 병해충은 남미에서 시작돼 현재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3월 부산과 전남 등 남부지방에서 최초 발견됐다. 이후 3개월 만에 경기도를 포함 전국에서 잇따라 발견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뿔나방사체
6월 13일 A씨의 하우스에서 채집된 '토마토뿔나방'. 민경찬PD

 

특히 높은 번식력과 광범위한 이동성으로 발생 시 통제하기 매우 어려워 검역당국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 농가의 경우 스피네토람 액상수화제, 메타플루미존 유제, 피리달릭 유탁제 등 농약을 살포하면 토마토뿔나방의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친환경농가는 아직 적합한 방제법이 없어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벌레약소용없음
A씨가 '토마토뿔나방'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농약을 살포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민경찬PD

 

홍안나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정부는 토마토뿔나방이 올해 초 처음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에도 이미 발견 사례들이 확인 됐었다”며 “정부가 친환경 방제가 거의 불가능한 외래해충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의만 일찍 내렸어도 농민들은 사전 예방조치 통해 피해를 줄였을 것이다. 정부의 책임있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진청 관계자는 “토마토뿔나방은 국내에서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외래 병해충으로, 아직까지 명확한 방제법이 없어 연구 중"이라며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 방안 등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지난 4월 도내 66곳의 친환경 토마토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토마토뿔나방 피해 조사에 따르면 경기광주·김포·용인·파주·평택·화성 등 26곳의 친환경 토마토농가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또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지난달부터 두 차례에 걸쳐 토마토 재배 면적이 큰 지자체 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내 10곳 중 7곳에서 토마토뿔나방이 발견됐다.

 

image
외래 병해충인 ‘토마토뿔나방’ 피해를 입은 평택시 진위면 한 토마토 농장에서 주인이 난감해하고 있다. 사진은 (위부터 시계 방향) 감염으로 고사되고 있는 잎과 줄기, 하우스에서 채집된 토마토뿔나방들, 상품가치를 상실해 폐기 처분한 3t가량의 방울토마토. 김시범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