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까지 외주… 죽음으로 끝난 ‘코리안 드림’

사망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 한국인 꺼려하는 직종 종사
안전 관련 4~5시간 이론교육이 전부...도내 대형 참사 때마다 목숨 잃어
전문가 “안전 시스템·관리 강화해야”

지난 24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시범기자
지난 24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시범기자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으로 확인된 가운데 경기도내 대형 참사 때마다 외국인들은 싸늘한 주검이 돼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은 제조업 등 한국인이 꺼려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종 뿐만 아니라 사고 위험까지 외국인 노동자에게 ‘외주’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저출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2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4일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 배터리 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외국인은 18명(중국 17명, 라오스 1명)이다.

 

도내 외국인 노동자는 올해 기준 총 10만7천777명이며,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한 사업장은 2만5천467곳에 달한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15일 내 취업 교육기관에서 16시간 동안 교육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중 산업안전 관련 교육은 4~5시간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현장 교육이 아닌 교재와 사진, 영상 자료 등 이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사업주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안전교육 자료나 실시 현황 등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현장 감독이 이뤄지긴 하지만 서류 자료를 통한 사후 검증이기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확인은 한계가 있다.

 

이처럼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사망 비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전국 기준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2022년 9.2%(874명 중 85명), 2023년 10.4%(812명 중 85명), 2024년 3월 기준 11.2%(213명 중 24명)다.

 

실제 경기도에서도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대형 참사는 끊이질 않고 있다. ▲2006년 경기 광주 공장 컨테이너 박스 화재 파키스탄인 2명 사망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중국인 등 13명 사망 ▲2013년 화성 철강공장 기숙사 화재 베트남인 2명 사망 ▲2018년 시흥 플라스틱 공장 화재 중국인 1명 사망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카자흐스탄인 등 3명 사망 등이다. 이번 사고까지 약 18년간 39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경기도에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는 앞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에 비해 안전 대응 매뉴얼은 취약해 매번 인명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취재=박수철∙김은진∙김도균∙한준호∙박소민∙오종민기자

사진=김시범∙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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