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한호우에 물난리 되풀이, 하수관 개선은 미적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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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노후 하수관 문제가 악화하면서 집중호우 시 도심 침수 및 누수 피해가 반복되는 등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22일 경기도내 한 하수관로 정비 공사 현장. 경기일보DB

 

요즘 장마는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빈번해 기존 기반시설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극한의 강수량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더 꼼꼼한 홍수대책 등 치수 전략을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연속 대형 물난리를 겪고도 집중호우 대비책은 미흡하다. 그중 하나가 하수관 개선사업이다. 폭우에 하수관이 역류해 도로와 주택 침수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하수관 역류로 맨홀 뚜껑이 이탈하는 사례도 있다. 도로가 침수돼 바닥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뚜껑 없는 맨홀은 낭떠러지와 다름없다. 실제 2022년 8월 집중호우 당시 서울 강남에서 남매가 뚜껑이 사라진 맨홀에 빠져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맨홀 추락사 이후 배수 구역 내 빗물이 집중돼 침수 피해가 있거나 침수 위험이 있는 곳을 ‘집중강우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준 중점관리구역의 맨홀 32만2천568개 중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된 곳은 19.3%에 그쳤다. 경기도는 4.1% 수준이었다.

 

맨홀 뚜껑 이탈은 하수관의 문제가 크다. 집중호우 때면 물빠짐이 느려 하수관에서 물이 역류하기 때문이다. 지난 16~18일 폭우에 경기도내 곳곳에서 하수관 물이 역류했다. 이 기간 도로 침수 212건, 주택 침수 78건의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의 하수관 관리가 너무 미흡하다. 2019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도내 하수관 10개 중 3개가 노후 하수관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도가 교체작업을 공언했으나 5년이 지난 현재 노후 하수관은 오히려 늘었다. 2022년 기준 도내 하수관 3만3천135㎞ 중 20년 이상 노후 하수관은 1만5천679㎞로 50%에 육박한다. 5년 전 1만109㎞에서 55% 증가했다. 노후 하수관 비중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동두천으로 85.8%에 이른다. 이어 안산 78.8%, 안양 78.3%, 과천 77.8%, 고양 71.4% 등의 순이다.

 

심각한 문제는 노후 하수관 중 배수 기능이 떨어져 위험도가 높은 하수관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도는 2015년부터 하수관 정밀조사를 하고 있으나 관로가 길고 지하에 매설돼 있어 일괄 정밀조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10년간 정밀조사가 완료된 하수관은 3분의 1 수준이다. 예산 부족도 이유다. 안전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예산을 더 확보해 노후 하수관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밀조사가 더뎌 어디가 더 위급하고 취약한지 모른다면서 “위급하고 취약한 하수관 위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기후위기 속에 극한호우는 계속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노후 하수관 정비에 나서 선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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