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장수하늘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생물학을 전공했다. 그러다 갑자기 대학을 중퇴하고 희귀한 곤충 잡기에 뛰어들었다. 밀수꾼의 꾐에 넘어가서다. 1960년대 상황이었다. 벌레를 잡는 게 돈벌이가 됐을까.

 

청년시절에 읽었던 이외수 작가의 한 단편소설 줄거리다. 유일하게 곤충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동양적 신비주의를 내세워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의 제목은 ‘장수하늘소’다. 이 녀석은 고대 로마제국 병정의 투구처럼 머리에 날카로운 뿔 2개가 돋았다. 갑옷 같은 각질이 온몸을 감싼 점도 특징이다. 다른 벌레와 달리 늠름함도 느껴진다.

 

예전에는 숲속에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드물다.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좀 더 들여다보자. 국내에서 생물학적으로 처음 기록된 시점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이다. 곤충학자인 조복성 박사에 의해서다. 이후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국가유산청(당시는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로,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각각 지정했다.

 

종적을 감췄다가 다시 나타난 건 지난 2006년이었다. 암컷 한 마리가 광릉숲에서 관측됐다. 앞서 2002년에는 수컷 한 마리가 발견됐지만 사체였다.

 

국립수목원은 장수하늘소 인공사육과 복원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매년 서식지도 복원하고 있다. 지난해는 인공증식 개체와 야생서식 개체의 자연번식 장면이 처음으로 관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립수목원이 최근 광릉숲에서 장수하늘소를 또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녀석은 수컷이다. 몸길이는 84.4㎜, 체중 9.4g 등이다. 상태도 양호했다. 국립수목원은 인공사육으로 확보한 암컷 개체들과 짝짓기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한 뒤 광릉숲에 방사할 예정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보존은 후손들을 위한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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