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인명 피해 커진 이유는...'꽉 찬 유독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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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당시 호텔 밖으로 연기가 분출되고 있다. 부천소방소 제공

 

소방당국의 대응에도 불구, 부천 호텔 화재 인명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순식간에 퍼진 유독가스가 지목된다. 

 

여기에 객실 내부 등에 스프링쿨러조차 설치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2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9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위치한 호텔 화재는 8층의 한 객실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불이 시작된 객실에는 투숙객이 있었으나 “방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방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객실에 투숙객이 없었고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진 않았다.

 

이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호텔 투숙객은 모두 27명으로 파악됐다.

 

불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았지만 객실과 복도는 삽시간에 유독가스로 가득 차면서 투숙객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검은색 연기가 창문으로 분출될 정도로 내부는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소방당국의 수색 과정에서 사상자 대부분은 불이 시작된 8층과 9층 객실 내부나 복도, 계단 등에서 발견됐다.

 

사망자 중 한 여성은 8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건물 내부를 꽉 채운 연기 탓으로 인해 객실 밖 통로를 이용, 대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투숙객 2명은 객실 창문을 통해 소방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던 중 숨지기도 했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화재 진압 후 현장 브리핑에서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내부에 이미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 창문으로까지 나오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남녀 2명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처음에는 에어매트가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이들이 뛰어내린 뒤 뒤집힌 걸로 파악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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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7시39분께 부천시 원미구의 호텔 8층에서 난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은 화재 현장. 조주현기자

 

한편 객실 내부에는 스프링클러 등 초기 화재 방지 설비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는 지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일부 의료기관 등을 제외하면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진 않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호텔이 2003년 완공됐는데 당시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면서도 “호텔의 방재시설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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