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군의날 시가 행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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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1948년 창설된 대한민국 국군이 올해로 건군(建軍) 76돌을 맞았다. 10월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한 것은 1956년이다. 이 날은 1950년 6·25전쟁 당시 국군이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38선을 넘어선 날이다.

 

국군의 날은 한국군의 위용과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 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기념일이다. 시가행진도 이의 일환이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군사정권의 상징적인 행사였다. 국민에게 군사력을 과시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때문에 군사정권 시절에는 매년 시가행진을 했다.

 

이후 1998년 건군 50주년부터 2003년, 2008년, 2013년 등 5년 주기로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시가행진을 열지 않고 소규모 행사로 치뤘다. 상당수 국민이 시가행진을 권위적이고 불필요한 과시로 여기고, 동원 장병들의 고생도 컸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실시한다. 2년 연속 대규모 퍼레이드는 이례적이다. 올해는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기념식은 1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시가행진은 오후에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다. 시가행진에는 다수의 공중전력과 지상 장비가 등장한다.

 

올해 국군의 날 행사에는 약 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에도 약 100억원이 집행됐다. 국방부는 엄중한 안보 상황과 국군의 사기를 고취할 필요가 있어 2년 연속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올 국군의날 행사 연습 중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었다며 거액을 투입하는 행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천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장병 복지는 뒷전이고 대통령의 병정놀음에만 심취한 때문”이라며 “국군의날 행사를 축소하고 장병 복지를 챙기라”고 촉구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우리나라의 군사적 상황과 정치적 환경을 반영한 복합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시가행진을 국민과 장병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까도 생각해 볼 일이다. 행사에 동원되는 장병들의 사기와 효율성, 국가 안보를 위한 과시, 남북 대화의 필요성 등이 얽혀 있어 국민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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