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이 가감 없이 드러난 일정이었다. 전직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방문한 것이 처음이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한 방문이라는 점도 무게감을 더했다. 도지사 집무실에서의 환담도 40여분간 진행됐다. 문 전 대통령 부부와 김동연 경기지사 부부가 함께 산책도 했다. 수원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광교호수공원 주변이었다. ‘행복한 경기도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듭니다’라고 적은 방명록도 눈길을 끈다. 의중의 공개다.
이런 상황을 보고도 중의적 표현에 숨어야 할까. 그 흔한 ‘정치적 해석 금지’라는 당부도 없었다. 언론과 시민들 앞에 보란 듯이 시연한 이벤트다. 문재인의 김동연 선택이다. 그동안 김 지사는 친문에 대한 구애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도지사 취임 이후 평산마을을 세 차례나 방문했다. 매번 ‘큰 역할 당부’ 등의 워딩을 스스로 공개하곤 했다. 민선 8기 후반기에는 전해철(도정자문위원장)·강민석(도 대변인) 등 친문을 기용했다. 여기에 답이다.
문 전 대통령 방문의 직접 동기는 ‘10·4 남북정상선언 제17주년 기념식 및 2024년도 한반도 평화 주간 폐막식’ 참석이다. 이 행사에서 최근 남북 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축사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예민하게 보이는 정치적 시기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1월 위기설’이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무죄·유죄, 벌금형·징역형이 갈리게 된다. 무거운 형을 전제로 하는 ‘위기설’이다. 그 코앞 만남이다.
현 민주당은 사실상 이재명 1인 지배 체제다. ‘11월 위기설’을 입에 담는 것조차 조심하는 분위기다. 이런 속에서 김동연 지사의 행보는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대표적인 게 ‘이재명 복지’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방송에 출연해 “13조가 하늘서 떨어지나”, “25만원법 반대한다”고 말했다. 국민 지원금 13조원에 대한 소신이자 반대다.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김 지사가 정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까지 했다. 추측도 여럿 나돌았다.
그중 이런 얘기도 있다. ‘김 지사 측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치명적 판결이 선고될 것이라는 정보를 권력 주변으로부터 접한 것 같다’. 도내 민주당 쪽에서도 흘러나오는 얘기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만큼 김 지사 주장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때 문 전 대통령이 동부인해서 김 지사를 방문했다. 거침 없는 친분 과시, 함의 가득한 방명록 등을 남겼다. ‘이재명 11월’에 대비되는 ‘문재인·김동연 10월’ 아닌가. 누가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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